소나무 꽃
소나무 꽃
숨죽인 바늘 끝에서
어느 봄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모르게
노랗게 공기를 물들이는 꽃가루
보이지 않던 계절이
봄비에 스며 흘러내린다.
뜨거운 생명이
빗물을 건너와
깊은 상처에 햇살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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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117년 만의 큰 눈에
굵은 소나무 가지가 부러졌다.
가지가 부러지면서
주가지 살점이 반쯤 찢겨 나갔다.
솔잎은 여전히 푸르렀지만
바늘 같은 솔잎색은 쉽게 바래지 않아
‘살아 있을까? 죽었나?’
봄 내내
소나무의 안부를 마음으로 더듬었다.
봄비 오던 날,
보이지 않던 송화가루가
노란 무늬로 흘러내렸다.
상처를 딛고 다시 살아난 생명이,
말없이 보내온 신호였다.
저리 깊은 상처를 품고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다시 살아났다는 것—
여기저기 얼룩을 만드는 송화가루가 마냥 반갑다.
유난히 송화가루가 많이 날리던
몇 해 전 윤사월에
박목월의 시구가
하루 종일 입 안에 맴돌았다.
“송화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앞산에서
검은 등 뻐꾸기가 울고 있다.
오늘도 뜨겁게 살아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