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꽃
오동나무 꽃
연보랏빛 꽃 한 송이,
조용히 바람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너도 아프냐?
살아가기 벅찬 그리움 있거든
말로는 다 못할 사연 있거든
내 향기를 맡아봐.
숨죽여 살아낸 이의
묵은 말 한 송이
억겁의 계절을 접어
진한 향기로 남았다.
묻지 않았는데도 마음을 다녀간 이들,
한때는 사랑이었으나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아픔은
보라빛 종소리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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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도 지고
앞산 가득 산 라일락이 피었는데
향기를 다투며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새벽 산책길,
진한 향기에 취해 잠시 비틀댄다.
나팔을 닮은 꽃
더 멀리 향기를 쏘아 올리고 싶은 애타는 심정 같다.
발밑에 떨어진 우주를 품은 향기 몇 송이 주워 든 것은
향기에 취해서만은 아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사랑의 전설이
진한 향기로 피어나고
그 고통은 연보라 색으로 품어졌다.
올해도 봄은
마지막 비명처럼 오동나무 꽃 향기를 피워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