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오동나무 꽃

by 보리

오동나무 꽃


연보랏빛 꽃 한 송이,

조용히 바람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너도 아프냐?



살아가기 벅찬 그리움 있거든

말로는 다 못할 사연 있거든

내 향기를 맡아봐.



숨죽여 살아낸 이의

묵은 말 한 송이

억겁의 계절을 접어

진한 향기로 남았다.



묻지 않았는데도 마음을 다녀간 이들,

한때는 사랑이었으나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아픔은

보라빛 종소리로 피어났다.


오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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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도 지고

앞산 가득 산 라일락이 피었는데

향기를 다투며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새벽 산책길,

진한 향기에 취해 잠시 비틀댄다.


나팔을 닮은 꽃

더 멀리 향기를 쏘아 올리고 싶은 애타는 심정 같다.


발밑에 떨어진 우주를 품은 향기 몇 송이 주워 든 것은

향기에 취해서만은 아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사랑의 전설이

진한 향기로 피어나고

그 고통은 연보라 색으로 품어졌다.


올해도 봄은

마지막 비명처럼 오동나무 꽃 향기를 피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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