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에 싸봤어?

그거 말이야~

by 보리

[[ 연재 브런치 북 사용법에 미숙하여 연재에 실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썼던 글을 다시 수정하여 연재브런치에 끼워 넣습니다.]]


바지에 싸봤어?


처음으로 바다, 그러니까 '개방수역' 다이빙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바다라고 하면 될 것을 다이버세계에선 굳이 개방수역이라고 한다.


첫 입수부터 허우적거리며 무아지경으로 쏘다니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다 배위로 올라왔다.


다음 입수까지 1시간 가까이 몸속에 쌓인 질소를 빼기 위해 쉬어야 한다.

그 시간에 보통 커피나 음료, 달달한 간식이 제공되고 선상토크로 왁자지껄하다.

금방 보고 나온 바닷속 이야기와 자신만의 특별한 다이빙 경험들을 쏟아내는데 뻥이 있는 대로 묻어있다.


배는 부드럽게 파도에 흔들리고, 파도가 뱃전에 찰박거리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그런데 나는 오줌이 마려웠다.

한 시간을 더 참았다가 또 입수를 해야 하는데 점점 얼굴이 노래진다.

큰 배(방카)에는 화장실이 딸려있기도 한데 대부분은 없다.

다이버들은 다이빙 중 어떻게 생리현상을 해결하는지 닥쳐보니 절박한 현실이 되었다.


민망함을 참고 옆사람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나 지금 오줌 마려운데 어쩌지?’

‘사다리 내려달라고 해.’

‘뭐 사다리?’


배 위에 올라올 때 쓰는 사다리를 내려달라고 해서 바닷속에 몸을 담그고 일을 본다는 얘기


다 쳐다보고 있는데?

대략 ‘매우 난감’이었다.


있는 대로 참다 보니 방광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사다리를 내려달라고 하더니 일을 보고 난 후 개운한 얼굴로 배에 올랐다.

눈치껏 살펴보니 슈트를 내리고 처리를 한 모양이다.


그래도 나름 social position이 있는데......

참다 참다 나도 사다리를 내렸다.

인생 최대의 굴욕일 줄 알았던 그 순간, 일을 보고 나니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


옆에 떠있는 방카에서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어제 처음 만나 밤새 다이빙 이야기로 친해진 천강사가 그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

‘거 거, 화장실을 너무 넓게 쓰는 거 아닙니까?’

알고 보니 수영을 빙자하여 태평양을 화장실로 쓰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깔깔 웃으며

‘시원하시겠습니다.’ 뭐 그런 농담을 던졌다.


2YPtr1QVy2pFhmGnx7KzLtbOQxM.jpg 방카(필리핀 전통배) 방카, 아마도 태평양을 화장실로 쓰는 중일 거다.



물놀이를 하다 보면 유난히 소변이 자주 마렵다.

다이빙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이빙 슈트 중 원피스는 하나로 붙어있어 바닷속에서 소변을 보게 되면 소변이 온몸을 감싸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물론 따뜻한 나의 배설물이긴 하나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위아래로 나뉜 투피스 슈트를 입는다.

일을 보고 난 후 슈트바지에 가득한 그것을 털어내는 일도 쉽지 않아 아래는 레시가드를 입고 반바지 슈트만을 입는 나름의 방광 생존 패션을 고수한다.

방광이 약해져 더 자주 소변이 마려운 나이 든 다이버의 궁여지책이다.


바다에 들어가면 배둘레햄을 누르는 단단한 슈트와

수압과 차가운 온도는 몸의 혈류를 중심부로 몰리게 하여, 신장을 자극해서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다이빙 세계에선 수침 이뇨(immersion diuresis)라 한다.


의사이시고 다이빙 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강영천선생님의 영상에 오줌을 못싸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언급해서 위로를 받았다.


태평양을 화장실로 써야 할 때 머릿속에서 장미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이 떠오른다

아니 궁전 실내외 곳곳에 방뇨(放尿) 방변(放便)을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궁전 곳곳이 일명 지뢰밭이었다는 얘기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17세기 후반에 세운 베르사유 궁전은 권위와 절대왕권의 상징이었지만 놀랍게도 화장실이 거의 없었다.


매일밤 화려한 파티가 열리던 넓은 궁전안과 정원에서 술과 먹을거리가 넘쳐나 아마 밤늦게 다들 배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벽난로 뒤, 커튼 뒤, 계단 아래, 정원 수풀이 모두 욕구 배출 장소가 되었다 하니 악취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더구나 귀족 여자들은 패니어(pannier)'라는 옆으로 넓게 부풀린 철제 속치마 구조물을 입었고 여러 겹의 패치코트라는 속치마 위에 드레스를 입고 있어 앉아서 일을 볼 수도 없었다고 한다.

"한 손엔 부채, 다른 손엔 존엄…그리고 치맛자락 아래엔 비밀이 있었다."는 말이 전해온다.


마리앙트와네트.jpg 마리 앙투아네트 이미지출처 - 한국경제 2022.11.12


https://www.youtube.com/shorts/YBy4XJLJuHE

베르사유 궁전에서 볼일 보는 법



때문에 베르사유궁전은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났고 그걸 또 가리겠다고 진한 향수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향수를 뿌리고 그 위에 파우더를 털어 그 냄새를 덮었다 한다.


메릴린 먼로가 “나는 잠잘 때 샤넬 No.5만 입는다.”라고 말해서 전설이 된 향수

향수의 과도한 사용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존전략이었다.


다이버 경력자들이

‘조심해라. 뒤에서 보면 보글보글 공기방울 보인다.’고 하며 초보다이버들을 놀려먹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몇 번 사다리를 내렸고 민망함이라는 산을 넘은 후 태평양이 다 내 화장실이 되었다.

물론 출수 전에 반바지 끝을 흔들어 털어내느라 바쁘다.


태평양을 화장실로 써야 할 때,

궁전의 모든 장소가 화장실이 되었던 루이 14세 시대의 귀족보다는 낫다 생각하기 위해 눈앞에 손가락을 흔들며 자기 최면을 건다.


다이빙을 하면서 세상의 체면이라는 높은 허들을 또 넘어야 한다.


니들은 바지에 싸봤어?


태평양을 화장실로 써 봤냐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하는 순간, 나는 그들의 포로가 된다. - David Icke





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唯止能止衆止。

인막감어류수, 이감어지수, 유지능지중지

흐르는 물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지 못하고, 고요한 물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 장자(莊子)




강영천의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 - 슈트 속에 소변보는 것은?

https://www.youtube.com/watch?v=B3rK7_-KGS8&t=172s


0043 강영천의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 - 다이빙하면 웬 소변이 그리 마려운지?

https://www.youtube.com/watch?v=C07oHzlZyoU


아~ 네모네 - Video by Su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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