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핀 아카시아 꽃
누워서 핀 아카시아 꽃
늦은 귀가 길
발끝을 따라오던 긴 그림자처럼
길게 누워 늘어진 너의 기억도
쓰러진 나무 끝에서 팝콘처럼 터졌다.
지난겨울 폭설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을까?
마지막 꽃을
절규하듯 피워 올린 너를 보며
오래된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뿌리를 허공에 흔들며
피지 못한 말들이
가지마다 하얗게 매달려 있었다.
다시 오월이 오면
하얗게 젖은 하늘빛을 닮은
너의 미소를 만날 수는 있을까?
이 길 끝에서
누군가의 외로움을 지나온 바람을 만났다.
어린 시절 5월은 아카시아 향기에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친구들과 놀다 긴 그림자를 끌며 돌아오는 길에서
달콤한 아카시아 꽃을 따서 빨아먹기도 하고
아파리를 하나씩 떼어내며 마주보며 웃던 빛 고운 추억이 있다.
뒷산에,
지난겨울 폭설에 쓰러진 아카시아 한 그루가
누운 채로 마지막 꽃을 피웠다.
뿌리를 허공에 드러낸 채
이 세상 마지막 봄을 지나며, 모든 생명을 끌어올려 꽃을 피워낸 아카시아 나무를 보는 마음이 처절해진다.
산길을 막는 아카시아 가시에 찔려가며 낫을 들고 베어낸
가시도, 향기도,
나와 연결된 어떤 생의 언어였을지도 모르는데....
함께 가야 할 길인데......
허공을 더듬는 뿌리처럼,
쓰러진 나무 끝에서 꽃처럼 터지는 추억.
아카시아가 가득한 고향의 봄,
그리고 어디선가 나이 들어가고 있을 친구들,
그 친구들이
간혹은 느꼈 외로움을 지나온 바람을 만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