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돌나물 꽃

by 보리

돌나물 꽃



여린 속살을 덮은

어둠 속에

네가 서 있었다.



잃어버린 첫사랑에

물기 어린 마음을 눌러

마른땅을 기어간다.



돌처럼 굳어버린 마음이

돌이 되었다가

가난한 밥상 위

소박한 반찬이 되었다가



저승길을 여는

길이 되었다.



네가 만든 그 길 위에

수줍게 빛나는

노란 별이 떴다.



햇살 아래

가장 낮은 곳에서

빛나는 별로 돋아나

세상을 어루만지는

봄이 되었다.



돌나물 3.jpg





돌나물이 보글보글 모여 땅을 덮고 있는 모습이 참 예뻤다.


몇 뿌리 꽃잔디 옆에 두었다가 다음 해부터 뽑아내기 바빴다.


돌을 좋아해

돌을 껴안고 살아나고, 마르고 척박한 흙에서도 끊임없이

세를 넓혀갔다


꽃말 ‘근면’이 우연이 아니었다.


뽑다가 놓친 생명이 별처럼 노란 별꽃을 올리면 또 자꾸 손길이 머뭇거린다.


대문 바로 아래 돌나물이 시멘트를 뚫고 나왔다.

차마 뽑지 못하고 두었더니 올해는 무더기로 살아나 꽃대를 올렸다.

노랗고 빛나는 마음이 별이 되었다.


돌나물 2.jpg


나는 한 번이라도 저렇게 처절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저승사자가 물었다.

"석상채(돌나물) 몇 잎이나 먹고 왔느냐?"

'세 잎 이상 먹었다.'라고 말해야 극락이 열린다는 전설처럼

돌나물은 저승길을 여는 길이다.


여기저기 돌나물이 지천이다.

살짝만 눌러도 톡 터져버리는 여린 속살을 가진 돌나물이 가진 생명력에 경외심마저 든다.


뿌리로 돌을 껴안고 잎으로 해를 품은 노란 별 꽃을 보면

어떤 찬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함성소리를 듣는다.


평생 가슴에서 지우지 못한 첫사랑처럼 너무 뜨거워서 더 차갑다.


흔들 수 없는 사랑이 너를 살리나보다.


나도 너처럼 뜨겁게 살아있고 싶었나 보다.


돌나물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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