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때죽나무 꽃

by 보리

때죽나무 꽃



하늘을 향하지 않고도

봄이 피어났다.


고개를 조아린 채

하얀 종소리로 흔들리고

바람이 불면

고운 향기가 울린다.

봄의 목소리가

나직이 묻는다.

‘괜찮니?’

‘이제 좀 따뜻하니?’


넓게 펼친 가지는

우산처럼 나를 덮고

그 아래 서면

무심히 빛나는 그리운 목소리



머리를 숙이고도

애써 살아보려는

마음이 건네는 향기가 춤춘다.





오월이 오면 나는 문득,

언제쯤 때죽나무 꽃이 필까 하고 기다린다.


우산처럼 넓고 단정하게 가지를 펼친 나무 아래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자꾸 깊어간다.

‘겸손’이라는 꽃말처럼 고개를 들지 않고 피는 꽃.

세상 모든 꽃이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이 꽃은 언제나 아래를 향해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 꽃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람들은 늘 위를 보라 말하지만,

빛을 쫓으라고 하지만,

바닥을 향한 이 겸손한 몸짓이

더 다정한 위로가 될 때도 있다는 것.

때죽나무 꽃은

진한 향기로 안부를 묻는다.

“괜찮니?”

“이제 좀 따뜻하니?”

스님들이 모여 있는 모습 같다고 ‘떼중나무’,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독이 있다 하여 ‘떼죽나무’,

줄기 색이 때처럼 묻는다 하여 ‘때죽나무'

독이 있어도

예전엔 그 연한 잎을 데쳐 봄나물로 먹었다.


입안에 남는 쓴맛도 가난한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가 되어 살아보려는 마음의 맛을 낸다.


고개를 숙인 채 봄을 피워내고

나직이 고운 향기로 전하는 봄의 종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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