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고들빼기 꽃

by 보리

고들빼기 꽃



별은 멀고

햇살도 드문

그늘 아래에서

노오란 얼굴 하나

조용히 흔들린다.



잎마다

쓰디쓴 세월이 묻어

못다 한 마음을 펼친다.



쓴맛이 빠져야

찬이 된다고.

소금물에 잠겨

절여진 후에야



입안을 돌고 돌아

깊은 단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살아보니 그렇다.

세파에 절여진 후에야

거친 맛도 알게 되니



쓴맛부터 알고 나니

단맛이

참 고맙다.


고들빼기.jpg






감나무 아래 고들빼기 꽃이 피었다.


햇볕보다 그늘이 많은 자리,

그곳에서 조용히 피어난 노란 얼굴.


어릴 때는

그 쓴맛을 알지 못해 도리질치곤 했는데

나이 드니 쓴맛이 당긴다.


고들빼기김치를 담겠다고

소금물에 짠맛을 빼다 문득 깨달았다.


쓰디쓴 세월을 견디며

흘렸던 눈물에 절여진 후에야

사람의 마음도 조금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꽃말이 ‘모정(母情)이라 하니

쓴맛이 더 깊이 이해가 되었다.


세상의 어머니들이

가슴에 켜켜이 쌓아온 쓴맛,

그것이

노랗게 질린 얼굴로

피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들빼기 잎이

둥글게 줄기와 꽃을 감싸 안고 자라는 모습도

자식을 품에 안은 엄마 같다.


밤이면

조용히 꽃잎을 오므리는 것은

하루내 자식을 걱정하며

가슴을 여미는

그 마음과 닮았다.


자신의 삶을 절여

세상의 쓴맛을 이겨내고

“기운 내라”

말없이 밥상에 올렸던 그 맛이

어쩌면

자식의 뿌리가 되기를

바랐던 것일지도.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여린 가지와 꽃잎,


다음 생에는

너무 낮고 고단하지 않은 곳에서

피어나면 좋겠다.


누군가

고개 돌리다 한 번쯤

눈 마주칠 수 있는 곳,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편안히 피어나면

참 좋겠다.




고들빼기 꽃 꽃말

모정(母情)





고들빼기 어원

한자 "苦菜(고채)"를 우리말로 풀어 "고돌비"라고 기록된 것이

처음으로 이후 "고들쌔기", "고들박이" 등을 거쳐

"고들빼기"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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