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내 생일은 12월 3일이다.
겨울에 태어난 가을이 맞다.
생일파티?
그거 다 구라다.
작은 집사 친구가 해마다 내 생일에 축하 금일봉을 보내주는데, 그걸로 할인매장에 가서 선물이라고 한 보따리 사 와서 쌓아놓고 사진만 찍는 거다.
‘여기 봐~ 여기 봐~’ 하는데
‘뭘 봐?’
니들이 볼만한 얼굴이야?
맛있는 쇠고기 간식을 보고 싶겠어?
덜 생긴 느그들 얼굴을 보고 싶겠어?
밑에서 무수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니들이 개 코를 알아?
니들보다 만 배나 냄새를 잘 맡고
니들 숨소리로 혈당수치도 알아~
특히 느그들이 싸웠을 때,
냄새로 다 안다고….
싸아한 냄새 말이야.
근데 먹을 거 깔아놓고 니들 얼굴, 아니 카메라 보라니 말이 돼?
할 수 없이 억지웃음과 꼬리 치기로 빨리 주려나 환심을 사며 사진 100장을 찍어줬잖아
그럼 봉지 몇 개는 줘야지. 달랑 두 알?
이거 생파 맞아?
해마다 사기당하는 기분이 벌써 네 번째야.
사실 해마다 생일 케이크도 없잖아.
촛불은 기대도 안 해.
내가 숨을 씩씩거리며 쉬는 거 알지?
나 촛불도 끌 수 있을걸? 아마~~
게다가 8월이 생일인 콩엄마랑 왜 생일을 같이하는데?
사진으로 보는 내 생일파티?
그거 다 구라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가까워진다고 X-mas 파티도 같이 해야 한다고 '산타모자를 써라' '루돌프 머리띠를 둘러라' 요구사항도 많다.
그래도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고?
그게 바로 설정이라는 거다.
인생 다 그런 거 아냐? 행복한 척하면서 사는 거 말이야.
휴~ 속은 썩어 문드러지면서.....
나도 그렇다고
올해도 또 그러면 가출을 고려해 봐야겠다.
개춘기도 지났는데 요즘 자꾸 가출욕구가 솟구친다.
# 에필로그
코비드 팬데믹 시절, 사람들은 갑자기 섬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 홀로가 될 것을 강요받았다.
이동의 제한으로 자유가 박탈당했고,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물질의 풍요 속에 최첨단의 문명을 일구고 살던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대량사망소식을 접하며 절망했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단절되는 것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사람들의 만남이 죄악시되는 코비드 시절에 생긴 전 세계적 트라우마는 불안과 두려움이 증폭되었고 병의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지역에 대한 적대감으로 공격대상이 바뀌기도 했다.
융이 말한 부정적 집단 콤플렉스(Group complex)가 투사되는 상황이 연일 이어졌다.
유럽인구의 삼분의 일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페스트는 도시인구의 40%를 사망하게 했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사는 것이 생명을 잃는 조건이 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 절망은 신앙에 의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도 사찰도 다 문을 닫았다.
나도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는 생각에 불현듯 사표를 냈고 시골에 내려와 콩, 가을이와 산책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악몽이었을 코비드가 나에게는 평안의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수십 년 사람과의 갈등으로 다쳤던 마음이 콩, 가을이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치유되어 감을 느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친구도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접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매년 가을이 생일이 되면 ‘생일 축하금’을 보내줬다.
친구가 보내준 ‘생일 축하금’으로 간식을 사서 사진을 찍기 위한 생일파티를 한다.
가을이는 잔뜩 쌓아놓은 간식을 조금밖에 안 주니 눈이 샐쭉해지고 불만이 많다,
내 생일도 귀찮아 챙기지 않던 사람이 매년 댕댕이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