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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Oct 31. 2024

가을이 일기 9

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가을이 없다?     


‘가을아 이리 와’

‘가을아 돌아와’

‘가을아 빨리 와’

하루에도 수도 없이 그렇게 가을을 불러대지?


가을이가 맘이 바쁘겠어? 안 바쁘겠어?

그렇게 불러대니 맘이 급해서 빨리 오고 싶겠지.

급하게 왔으니 급하게 가고 싶겠지.     

그래서 가을이 빨리 왔다가 빨리 가는 거야.

그거야.

가을이 짧은 이유.


예전에는 가을이 이렇게 짧지 않았다며?

결국

내가 원인인가? 

    

오늘은 10월 2일 갑자기 내 얘기만 한다.

어제보다 기온이 7도 떨어진 10도라서 가을이 없단다.

산책 내내 큰집사랑 작은 집사가 가을이 없다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여기 있는데 가을이 없다고?

한낮에도 18도로 쌀쌀하다고 또 가을이 없어졌단다.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주려고 자꾸 집사들을 올려다봤다.

가을이 여기 있는데 왜 가을이가 없다고 하는지 몰라 갸웃갸웃했다.   

호기심 많은 가을이는 갸웃거리며 뭐든지 궁금해할 때가 많다.

  

그러더니 봄도 없다고 했다.

우리 집 봄이는 어느 집에 입양 갔으니 없는 거 맞다.

가을이는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고오~     

개춘기 때, 산책하다 힘들다고 철부덕 누워버리는 가을이


# 에필로그     


콩이와 가을이랑 자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자유를 위해 캄캄한 새벽시간에 산책한다.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는 저녁과 밤에도 가보았는데 직장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뒷산 고객이 몇 명 있었다.

역시 부지런한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득불 새벽산책을 선택했다.

2년을 넘게 목줄을 하고 산을 올랐다.

가을이가 개춘기 때는 잘 가다가 낙엽 위에 철부덕 드러누워 버리곤 했다.

‘힘들어 못 간다아~’하는 시위였다.

아니 그보다 ‘간식 내 놔라아~’는 요구였다.

하지만 일정한 장소에서만 간식과 식사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워두었던 터라 가을이 요구를 묵살했다.

‘개·알·못’ - ‘문외한’이란 뜻의 신조어지만 우리는 ‘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쓴다. - 의 시간은 오래 지속되었다.


2년 가까이 목줄을 하고 산책을 하고 나서야 목줄을 풀었다.

자유를 얻은 가을이는 캄캄한 숲 속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뛰어들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가을이가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면 ‘가을아 돌아와.’를 수없이 외쳤다.


숲으로 뛰어 들어간 가을이가 최장 15분이 넘도록 안 나타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다쳐서 못 오나?, 다시 목줄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가을이는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이제는 숲으로 가서 길어도 1분을 넘기지 않는다.

‘가을아 안 돼’하면 움찔하면서 애써 참는 모습을 보인다.

참고 있는 가을이 눈에서 숲으로 가고 싶다는 ‘자유’의 진한 갈망을 읽는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나 개는 같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식민지의 강압정책에 맞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는 명연설을 한  패트릭 헨리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이 자유와 평등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거대한 제국을 지키기 위한 조건적이고 제한적인 자유와 평등이다.


행복을 위한 자유의 가치는 간섭과 통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들은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통제를 받는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리면 가을이가 행복해할까?' 오늘도 고민한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


ai가 그려주는 가을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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