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잡초
너는
너의 자리에 서 있느냐?
땅 끝이어도 좋다.
밟히고 밟힌
여기가 이미 내 고향.
무릎 꺾인 채 쓰러져도
숨 하나
바닥 끝까지 끌어당겨
살아남으려
먼지와 이슬 삼키며
세찬 발길 야래에서도
질긴 숨
놓지 않았다.
비바람 몰아쳐도 좋다
하늘과 땅이 젖으면
함께 젖어
뿌리에 뿌리를 부비며
젖은 땅을 기어간다.
누가
이 자리를 허락했느냐
묻지 마라.
들판을 초록으로 물들이기엔
나만큼 어울리는 건 없다.
누가 내 이름을 묻거든
바람의 발자국을 이어 붙여
언제나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나
여기 있었다고
다시
올 거라 말해다오.
너도
그냥
너의 자리에 서 있으라.
잡초라고 부르지만
그 자리에
너만큼 어울리는 건 없다.
이름 없는 것도 생명이다
길 잃은 하루가 고개 숙이면
잡초는 발밑에서 먼저 고개를 든다.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쓰러져 누운 꽃 옆에
굳세게 다시 목을 세운 잡초
스스로를 안아서
스스로를 끌어당기며
언제라도 다시 오겠다 한다.
오늘도
잡초를 뽑다가
체념의 한숨이 나온다.
나도 그냥 잡초가 되어
저 자리에 서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