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참나리 꽃

by 보리

참나리 꽃



장독대 둥근 어깨 위로

푸른 하늘 한 사발 얹히자



해의 혀끝이

꽃잎을 핥아

주홍 심장, 한 꿀렁

덜커덩 터진다.



숨까지 달궈야

키 큰 그리움 한그루

먼 산에 걸린 구름을 불러 세우고



묵은 간장 내음처럼

‘잘 익어야, 더 깊어져’

엄마 목소리가 따라온다.



김장배추 물든 손끝을 닮은

참나리꽃이

하늘을 머금어 피었다.



오늘 하루, 누굴 위로할까

가슴을 풀어헤치고

고개를 길게 빼어

꽃잎마다 점점이

눌러쓴 편지가 매달렸다.



지나는 이여,

그 작은 편지

눈길로만 읽어도 좋다.


참나리꽃.jpg





어릴 적 장독대옆에

길가에

고즈넉한 산길에 피었던

엄마품같이 따뜻하게 피었던 나리꽃


뜨거운 여름 낮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마루 끝에 앉아 바라보던 꽃밭에서

키 큰 얼굴로 웃어주던 꽃


그래서 나리꽃을 보면

고향 까마귀를 만난 듯 반갑다.


올해도 마당 모서리 참나리꽃이

고개를 늘리고

파란 하늘을 통째로 끌어안은 채


꽃잎마다 박힌 검은 참깨 같은 점들이

“잘 지내니?”

엄마가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따뜻하게 피었다.


참나리꽃1.jpg





참나리꽃의 꽃말


깨끗한 마음, 순결





나리꽃의 전설


옛날, 권세를 믿고 악행을 일삼던 원님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마을의 고운 처녀를 탐했으나, 처녀가 끝내 순정을 지키자 분노하여 그녀를 죽였다.

죽은 처녀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자, 무덤 위에 순백의 나리꽃이 피어났고 붉은 반점은 그녀가 흘린 피를 품었다.

원님의 아들이 꽃에 다가서자, 꽃은 고약한 냄새를 내어 그를 물리쳤다.

그 뒤로 사람들은 순결을 지키다 꽃이 된 처녀의 넋을 기려,

나리꽃을 ‘정절을 끝까지 지켜낸 영혼의 수호자’라고 하였다.


참나리일러스트.jpg 출처 : 참 깨끗한 마음을 간직한 "참나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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