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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Dec 21. 2017

바다를 보고 싶었다 /

바다를 보고 싶었다

문득 내 마음에 어린 그것을 제대로 마주 하고 싶어졌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렸으나

끝내 만져지는 것이 없었다.

도착지까지의 삯을 가지지 못한 나는

대신 깊이 잠겨가듯 어딘가에 머물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 시간쯤 만났던 누군가를 떠올렸다.


깊은 새벽의 밤, 날이 추웠고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낯선 도시의 번화가,

우리는 늦게까지 장사하는 술집 한편에

몸을 뉘이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툭, 툭,

그렇게 비슷하게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조금의 과거들과 순간 보였던 진심 같은 것들..

그 작은 것들을 믿고 그의 손을 잡았다.

쉬이 지켜줄 것 같은 그의 널따란 등을 보며

생전 처음 느껴보는 든든함 같은 것을 맛보았다


낯선 도시의 번화가,

사람들은 아적까지 떠돌았고

우리는 사라져 가는 밤을 뒤로한 채

화려한 건물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몇 번의 주문, 이미 만석이 된 곳을

두세 번 스치고 나서야,

어딘가로 입장할 수 있었다.


깜깜한 공간,

단 둘 뿐인 방문객을 위한 맞춤식 두꺼운 커튼

조용한 소파 앞에는 아무렇게나 골랐을 법한 테이블이 있었고,

지나치게 넓고 푹신한 침대가 중앙으로 자리해있었다.

우리는 수줍어하며 그 한편에 자리했고

예정된 침묵만이 어둠 속을 유영했다.

사소한 물음이 오갔고,

어느새 그는 내 옆으로 와있었다.

떨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먼저 잠에 들기 위해 이불을 젖혔다.


....

....

꽤 오랜 침묵이 계속되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안도하고, 실망하던 순간

갈증 가득한 입맞춤이 다가왔다.

....

그 후로의 시간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를 걷고 있었고,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나만이 한 곳에 남아

붙박이 가구처럼, 회색빛 조형물처럼 자리해있었다.


나는 떠나고 싶은 그곳의 출렁임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이미 얼어버린 손은 어느새 텅 빈 주머니 속으로 향했고,

고요한 적막과 사람들의 발소리만이 귓가를 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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