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꽃이 하나 있었다.
아주 오래전 세상이 처음 눈 뜰 때에 함께 피기 시작한 꽃이 하나 있었는데, 그 꽃은 정말 아름다웠다.
세상의 그 무엇에도 비할 것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던 꽃. 하지만 그 아름다운 꽃에게는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향기였다. 그 아름다운 꽃은 향기만은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년이 그 길을 지나고 있었다. 청년은 생전 처음 보는 그 아름다운 꽃에게 다가갔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가던 길도 잊고 빠져들게 되었다. 아름답지만 향을 가지지 못한 꽃.
청년은 신비로운 여인을 보는 듯 알 수 없이 독특한 꽃의 마력에 빠지게 되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금발 실증 나 버렸다. 청년은 꽃을 떠나면서 말했다.
"너는 정말 아름다워. 하지만 그에 비해 너는 어떠한 향도 가지지 못했지. 그게 내가 네 곁을 떠나는 이유야.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너의 매력에 빠져들어 시간을 보내겠지. 하지만 말이야. 결국 모두 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 곁을 떠날 거야. 처음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너에게 향이 없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껴 너에게 빠져들겠지만 결국에는 향이 없는 너를 떠나 향을 가진 다른 꽃들을 찾게 될 테니까."
청년의 말이 옳았다. 청년의 말대로 그가 떠난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꽃을 찾아왔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꽃의 곁에 머물렀지만 결국 금방 실증 내버리고 향을 가진 다른 꽃들을 찾아 모두 떠나버렸다. 얼마 후, 수많은 이별에 지치고 상처받은 채로 홀로 남겨진 꽃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고, 향기 없는 꽃은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