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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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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Sep 14. 2016

첫 손님 /

또르르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술 한잔 하러 왔어요

잘 오셨어요

외진 곳인데 잘 찾아오셨네요

첫인상, 이런 데에 올 것 같아 보이진 않음. 준수. 예의 바르고 싹싹한 타입.

혹시 다른 곳 다녀보셨나요

-아뇨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예전부터 보고 한번 들르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어요. 속상한 일이 있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여기가 생각이 나서.


'마음은 주지 마. 다른 거 다 줘도 그건 주면 안 되는 곳이야 여긴.'

귓가에 스치는 마담의 잔소리.


처음 본 사내는 묵직한 고민거리를 이야기하고, 경험 없어 뭘 잘 모르는 나는 마음을 다해 조언을 건넨다

언젠가 그냥 지나쳐 가도 아무 느낌 없을 관계의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의기투합해 이야기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어색한 침묵이 같이 흐르는 공간.


그만 일어나야 할 시간인 그는 몇 병의 술값을 더 계산하는 것으로 그녀와 좀 더 오래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복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단아하고 청순하니 예뻐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시답잖은 농담과 취미를 이야기하고, 이상형을 묻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이제는 정말 가야 할 타지의 그는

오늘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몇 개월 후이든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단

약속을 남기고, 단아한 그녀의 배웅을 받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밤이 모두 지나갔다

어색하고 불편하던 장소에서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영수증 하나를 남겼다

가져갈 필요가 없으니 그냥 버려달라던,

그녀의 하룻밤이 적힌

흰색 종이 위 까만 글자.


노곤한 몸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한다.


귓가에 스치는 마담의 잔소리

'마음은 주지 마. 다른 거 다 줘도 그건 주면 안 되는 곳이야 여긴. 그럼 거기서 모든 게 끝나.'









언니 왜 일까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어요.

매너 있고, 즐거웠어 복 받은 것 같아.

'첫 손님은 원래 그런 거야. 평생 못 잊지 첫 손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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