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르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술 한잔 하러 왔어요
잘 오셨어요
외진 곳인데 잘 찾아오셨네요
첫인상, 이런 데에 올 것 같아 보이진 않음. 준수. 예의 바르고 싹싹한 타입.
혹시 다른 곳 다녀보셨나요
-아뇨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예전부터 보고 한번 들르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어요. 속상한 일이 있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여기가 생각이 나서.
'마음은 주지 마. 다른 거 다 줘도 그건 주면 안 되는 곳이야 여긴.'
귓가에 스치는 마담의 잔소리.
처음 본 사내는 묵직한 고민거리를 이야기하고, 경험 없어 뭘 잘 모르는 나는 마음을 다해 조언을 건넨다
언젠가 그냥 지나쳐 가도 아무 느낌 없을 관계의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의기투합해 이야기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어색한 침묵이 같이 흐르는 공간.
그만 일어나야 할 시간인 그는 몇 병의 술값을 더 계산하는 것으로 그녀와 좀 더 오래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복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단아하고 청순하니 예뻐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시답잖은 농담과 취미를 이야기하고, 이상형을 묻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이제는 정말 가야 할 타지의 그는
오늘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몇 개월 후이든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단
약속을 남기고, 단아한 그녀의 배웅을 받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밤이 모두 지나갔다
어색하고 불편하던 장소에서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영수증 하나를 남겼다
가져갈 필요가 없으니 그냥 버려달라던,
그녀의 하룻밤이 적힌
흰색 종이 위 까만 글자.
노곤한 몸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한다.
귓가에 스치는 마담의 잔소리
'마음은 주지 마. 다른 거 다 줘도 그건 주면 안 되는 곳이야 여긴. 그럼 거기서 모든 게 끝나.'
언니 왜 일까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어요.
매너 있고, 즐거웠어 복 받은 것 같아.
'첫 손님은 원래 그런 거야. 평생 못 잊지 첫 손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