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지 않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양,
짧은 시간 크게 가까워진 그대에게는 전부터 늘 그랬어요
말을 하면 두 말이 되어 돌아오고,
하나를 주면, 열 가지를 받는 것 같던 때가 그리워요
긴 통화 속에도 하나도 담기지 않는 마음들을 볼 때
나는 언제 어느 곳에서도 없었던 우리가 보고 싶어 졌어요.
모든 게 다 장난일까 생각하다가도 행여나 내 떠나고 남은 그 길에
아주 우두커니 당신이 서 있을 요량이면 내 마음도 조금은 쉴 수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달빛은 요요히 비치고, 열어둔 창가로 들어오는 바람은 매섭습니다.
지난여름 밤, 아무것도 아니던 그때가 나는 정녕 그리워
잠드는 듯 눈을 가만히 감아도 봅니다.
아주 맞는 것일까- 멋장이도 아닌 당신에게, 가만히도 젖어가던 그 날
품 속에 숨겨두었던 내 마음은 그대에게로 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여적까지 그랬습니다
당신에게는 전부터 늘 그랬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왜인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은
그 편이 더 당신에게 좋을 것 같아서에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나는 또 당신 생각에 스며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을 믿지 않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양,
그대에게는 전부터 늘 그랬어요. 정말.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