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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Oct 30. 2018

택시 /

이른 아침 길 가에는 추위가 늘어서 있었다.

겨울이 다가온다더니, 그렇게 뉴스에서 떠들어대더니

기어코 이렇게 쌀쌀해져 버린 것인가.


발길은 늘 가던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좁은 골목 회색빛 길을 지나, 옆 쪽에 늘어선 잔디와 아무렇게나 핀 꽃 몇 가지를 지나

동네에 몇 군데가 있었던 어느 무속인의 집을 지나, 아스팔트로 채워진 동네 길을 지나

마침내 도로가 나왔다.


좁은 이차선의 도로, 일찍은 시간답게 차가 많지 않았다

'금방 잡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며, 반대편의 길로 걸어간다.

내 가려는 곳은 지금 서 있는 곳이 아니라 정반대의 차선을 타야 하기에.


잡을 수 있을 까.

두리번거리는 내 시야 속으로 조금 떨어져있는 택시 한 대가 스며들어왔다.

[빈 차]라는 빨간 등불이 내게로 와줄 것이란 기대마저 주는데

당최 무슨 일인지 팔을 아무리 흔들어제껴도 그는 미동을 하지 않는다.

깜빡깜빡- 눈을 깜빡이듯 비상등만 켜 놓은 채로.


그때야 생각이 스친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순간 심장 속 혈관이  좁아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나는 아닐 그 상대가 약속에 늦는 듯 보였다

그래도 급하다는 마음에, 혹여나 올까 하고

미련한 내가 손을 재차 흔들어 보였으나

기다림의 시간은 곧 끝이 났다.


골목을 나오는 어떤 이의 걸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20대의 젊은 여성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샴푸 향이 가득할 것 같은 검은 머리칼을 흔들며 반가운 듯 택시 안으로 쓱 스며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모든 게 확실 해 졌다.

그가 오지 않을 것임을.


사실 처음부터 알았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였을까- 아니면 너무 급한 마음이라 그랬을까.

하릴없는 기다림은, 꽤 그럴듯한 이유라도 있는 양 기어코 나를 움직이게 했다.


검은색의 택시는, 그가 탄, 그녀가 탄 물체는 아무 일 없듯

이제서야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망부석 같은 누군가를 지나

이내 자신의 길 위를 쌩쌩 달리기 시작했다.


순조로운 출발 같았다. 순조로운 결말 같았다.


괜히 허공을 휘젓다 추위만 가득 묻힌 내 손은

그제서야 텅빈 코트 주머니 속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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