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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Oct 13. 2016

ESCAPING BLUE /

검 푸른 밤은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시간


'부디 오늘 밤엔 너를 전부 잊고 싶어'


흐느끼며 칠하는 붉은 립스틱,

살결따라 물드는 분홍빛 향기 속

이 시간까지의 나를 전부 가둬두려 해


보이지 않게, 애써 숨기지는 않은 척

다정하게 웃고 말하며 입꼬리를 요리조리..


음흉한 남자들은 그런 나를 놀리듯 말하네

오늘 밤 너와 있고 싶어, 괜찮아, 나 좋아?

아이처럼 재촉하듯 묻네


'달아나고 싶어'


죽을 것이었다가

죽일 것이었다가

위로하듯 품 안에 가둬두지 마


어릴 적 마신 독한 술 때문인가

헤롱헤롱 어지러운 시선들과

담뱃재 떨어지는 소리


아,

어디에도 나는 없네

어디에도 너는 없네


달고 쓴 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네가 보는 것은 나와 닮은 어떤 여인 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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