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푸른 밤은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시간
'부디 오늘 밤엔 너를 전부 잊고 싶어'
흐느끼며 칠하는 붉은 립스틱,
살결따라 물드는 분홍빛 향기 속
이 시간까지의 나를 전부 가둬두려 해
보이지 않게, 애써 숨기지는 않은 척
다정하게 웃고 말하며 입꼬리를 요리조리..
음흉한 남자들은 그런 나를 놀리듯 말하네
오늘 밤 너와 있고 싶어, 괜찮아, 나 좋아?
아이처럼 재촉하듯 묻네
'달아나고 싶어'
죽을 것이었다가
죽일 것이었다가
위로하듯 품 안에 가둬두지 마
어릴 적 마신 독한 술 때문인가
헤롱헤롱 어지러운 시선들과
담뱃재 떨어지는 소리
아,
어디에도 나는 없네
어디에도 너는 없네
달고 쓴 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네가 보는 것은 나와 닮은 어떤 여인 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