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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Dec 02. 2016

허물 같은 거북이 집을 벗으며 /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원하는 것은 항상 멀리 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두 발이 있기 때문이다.



허나 나는 지금 그런 사내를 잃었네

내 가슴속은 텅 비어버렸음과 동시에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음을 알지.

지금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네.

내 앞으로는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고..

 두려우면서도 기쁘다네.

어린 시절을 쭉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언제나 경이로움을 가져다주었거든

진귀하고 진기한 일들일 걸세.


전에 없던 멋진 파티를 준비한 채로 지금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왕이면 즐거운 모습이고 싶네. 그들을 만나는 장면이 영화처럼 아름다웠으면 한다네.

파티라고는 한 번도 참석해본 적 없는 것처럼 굴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그대는 나를 보내주는 것에 인색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 주게.

하고 싶은 말일랑 그렇게 뒤돌아서 한번 뱉어주고 눈물로 다 씻어버리게.

눈물은 모든 것을 되돌리는 능력 따윈 없지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지.


그대에게는 좋은 날들이 계속될 걸세.

세상은 풀이 우거지고 꽃이 피고, 햇살은 따스하고

밤을 입은 하늘은 또 다른 세계의 반짝임을 전해줄 걸세.

아주 먼 곳에서 오는 그 빛은 나와 그대를,

결코 낡아 헤어지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해줄 거야.

그대가 원한다면 나의 목소리는 언제든 그대 귓가를 어루만질 것이고,

나의 모습은 그대가 원한다면 또 언제든 그대의 잠자리가 외롭지 않게 해줄 거야.

헤어지는 것이 결코 헤어짐이 아님을 믿네.

우리의 만남은 또 언제나, 지금처럼 혹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어져 갈 테니까..


그대의 나날들이 무언가 많이 남기기를 원한다면 감정을 숨기지 말게.

감정은 잉크와 같아. 그것의 양에 따라 선명하고 채도가 높은 기억만들어 지지.

하지만 부작용도 있네. 그래서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야만 해.

미련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걸세, 미련하면 미련해지는 만큼 후회가 같이 만들어지거든.

감정을 숨기고 재단하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어.

어떤 손도 타지않은 그대 자신은 언제나 그대보다 현명하고 아름답고 올바르다는 것을 잊지 말게.


세상의 공기는 언제나 흐르고 있네. 언제 어디서든 일정하게.

그러니 그대는 늘 최선을 다하게. 그대의 영혼이 굳거나 말라버리지 않도록 꿋꿋이 살아.

그것이 그대를 말라버리게 하기보다는 기분 좋은 바람이 되기를 항상 기도하겠네.


아, 이제 나를 기다리지 마시게.

파티에 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으니...




*본 글의 제목은 아래의 영화평론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거북이들> 허물 같은 거북이집을 벗으며 by 박이현

(http://indieforum.co.kr/take/?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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