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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Dec 21. 2016

읽은 적 없는 소설의 끝 /

책을 보았다

오래되고 낡은 책.


읽었다

외로이..


재미있었다

울고 웃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전부

지금 당장 만난다 해도 할 수 없는 말들였다


결말을 보았다

눈물 한 방울

그렁그렁하지 않고 툭 떨어졌다


그 결말이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에

들은 적 없는 이야길 적었다


...............

........

...


한참 후 또다시 결말이 찾아왔다


슬펐다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똑같은 결말.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를 바라보다

다시 본 적 없는 그림을 그려나갔다


....

.......

.....

...


그리고 다시,

그 끝이 찾아왔다

하나도 달라진 것 없는 똑같은.


이번엔 슬프지 않았다

나는 그 결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순간,

툭-하고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퍼졌다

아무도,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책은 가지런히 덮인 채

붉은색 비단으로 감싸여 밀봉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다시 꿈을 꾸었다


아무도 없는 숲,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는 꿈.


..차가운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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