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았다
오래되고 낡은 책.
읽었다
외로이..
재미있었다
울고 웃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전부
지금 당장 만난다 해도 할 수 없는 말들였다
결말을 보았다
눈물 한 방울
그렁그렁하지 않고 툭 떨어졌다
그 결말이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에
들은 적 없는 이야길 적었다
...............
........
...
한참 후 또다시 결말이 찾아왔다
슬펐다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똑같은 결말.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를 바라보다
다시 본 적 없는 그림을 그려나갔다
....
.......
.....
...
그리고 다시,
그 끝이 찾아왔다
하나도 달라진 것 없는 똑같은.
이번엔 슬프지 않았다
나는 그 결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순간,
툭-하고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퍼졌다
아무도,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책은 가지런히 덮인 채
붉은색 비단으로 감싸여 밀봉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다시 꿈을 꾸었다
아무도 없는 숲,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는 꿈.
..차가운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