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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Jul 14. 2017

곡(曲) /

한마디 말로 어찌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작은 것에 어찌 다 담을 수가 있겠나이까

허나 내 그대를 보냄에 있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여나 그 미진한 것이 가시는 걸음, 돌부리 하나가 되어버릴까 염려스럽습니다.


이제 돌아보지 말고 가세요.

언제나 외로이 한다 하셨지요. 차가운 벽에 등을 댄 듯 쓸쓸하다 하셨지요.

그러한 여인이니 더 쉽게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하늘 이고 살아도 이렇게나 다른 길이 되는 것이 사람의 인생,

처량하고 처량하더라도, 그렇게라도 살아가는 것이 또한 사람의 인생.

봄꽃이 다 지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시나브로 잊힐 것입니다.


하지 못한 말은 글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대에게 전할 수 없는 말은, 글로서 그림으로서 노래로서 흘려보낼 것입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이 곳 저곳에서 읽히고 들리어 언젠가 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언젠가 활자를 좋아하는 나를 신기해하셨지요.

그것은 아주 우연히 낯선 이의 글에서 그대와 나를 본 이후로 였습니다.

어찌 이런 글을 다 적었을까. 낯 부끄러워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주는 듯하여

그대에게만 잠시 보여주었던 것을.. 그대는 잘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은애 하는 마음은 참 서럽기 그지없습니다.

연모한다는 그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채  뺨만 붉히던 그 날의 내가 그립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이리될 줄을 알면서도 시작을 했지요.

그대와 나, 건널 수 없는 차갑고 긴 강을 사이에 두었으나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새삼 너무 커다랗고 넓었습니다.


다만 아쉬울 것을, 언젠가는 멀리로 떠나야 함을 생각할때면

그대와의 행복한 시간이 모두 아주 예전의 일들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사사로이 그대에게는 정인이었으나,

공연히는 분수도 모르는 한 낯 천하디 천한 것이라

배겟머리는 언제나 눈물로서 젖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대를 보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죽이는 일일 수도 있으나, 또한 그대를 살아가게 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대가 없는 나날 내 홀로 살아갈 그 모든 시간들이 후회될까 두렵습니다.

그대를 그때에 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정녕 아무 사이도 아닌 채

시내가 흘러 강이 되어 만나듯 그저 곁으로 스쳐갈 수 도 있었을까요.

아니면 지독한 운명과 필연으로 언젠가는 만나 이렇게 헤어져야 할 것이었을까요.

다른 세상에서 우리 만났다면, 어쩌면 행복했을까요.


.......................................


그대는 나를 보내고,

머얼리로 아주 머얼리로 가 내 소식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다복하고 웃음 나는 생을 보내십시오.


모두 보여주지 않아도, 모두 본 듯하게 따스한 그 마음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 천년이란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마음만은 변치 않기를 바라며

이제 그대를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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