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웃다 지친 네게 너는 말했지
"현실이야"
그래 결국 아무것도 돌아올 수 없는 거야.
나는 울음을 멈춘 듯, 참았다가
다시 더 크게 울어버렸지.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책망하는 나는
순전히 피해자의 신분으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지.
그렇게 너와 나의 기억 그 중간에
어느 틈에도 없었던 것들을 찾아
뉘어보고 그려보다 보니
내 손에 들려있던 작은 소설집 속에는
어느새 우리가 있었어.
너무 나 같은 그녀와
너무 너 같지 않은 그와
그런 우리의 발치에는 어떠한 길이 있었지.
황금색 표식으로 된 그 선 위에는
충분히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져 있었고
모두 다 그 나이 때의 소년들이 할 법한 사랑 같았어.
그러나 우리는 뭐였을까.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도 떠올리면 행복한 너와,
행복한 순간에도 떠올리면 마구 슬퍼지는 너와
그 사이를 기웃대며
또 너무 진심 같다는 말을 내뱉는 나는 그저
아직 철이 들지 못한 가여운 어린아이 같아.
가보지 못한 길에는 언제나
생전 뗄 수 없는 후회가 있어서
끝내 너에게 하지 못한 말들과
너무나도 푸르른 봄이 거기에 있어.
대신 이 푸르른 겨울에는
너에게 해야 할 말들을 하지 못한 착하지 않은 내가 있고,
지워지지 않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있고
차가운 기온에는 맞지 않는 무더운 여름 비가 내리곤 하지..
그래.
그 날 너는 꽃을 보듯 나를 보지 말았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