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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와 하루의 무게

오늘을 씻어내고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by 쏭저르

매일같이 세탁기를 돌린다. 몰아서 이틀에 한 번 해도 되겠지만, 나는 굳이 매일 빨래를 한다. 그날 입었던 옷을 깨끗이 빨고, 다음 날 바스락하게 말라 있는 옷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새 옷은 아니지만, 깨끗해 보이는 그 옷에서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끔 스스로 묻는다. “왜 이렇게 매일 빨래를 할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오늘 입었던 옷을 바로 빨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하루를 견뎌낸 흔적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내일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하루하루는 열심히,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라는 말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는다고 했다. 요즘 나는 하루하루를 정말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을 채우고, 한 달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빨래를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 묻었던 독소나 아픔들이 깨끗이 씻겨 나갔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내일 새로 입을 옷에도 또 다른 아픔과 슬픔이 묻겠지만, 그 또한 다시 빨래로 씻어내면 된다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 길이 길고 단단하게 느껴지기를 바라본다.


내일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를 잘 견디고 세탁기에 옷을 넣는다. 그리고 말끔히 마른 내일을 기다린다. 하루를 잘 보내서, 또 한 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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