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채우는 우연과 그 속에서 찾는 의미
용산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살 땐 용산이 특별하다는 걸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어디를 가든 가까웠고, 교통이 편리했으며, 문화시설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오고, 한강 둔치와 63빌딩이 보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땐 그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다른 동네와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거기서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울 중심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용산은 그런 곳이었구나, 이제는 나에게 가기 힘든 비싸진 동네가 되었구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문득 깨닫는 점이 있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운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운이란, 갑작스레 작용해 누구를 부자로 만들기도 하고, 내가 시작한 일이 시대의 흐름을 타며 큰 성공을 이루게 하기도 한다. 물론 노력으로 부를 쌓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내가 운이 없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그 운이 나에게 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운이 좋은 운일지, 나쁜 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에 용산구 아파트를 지키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그것도 운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더 악착같이 살았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것 역시 나에겐 좋은 운이었다고 믿는다.
요즘은 ‘운명’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운이 좋은 것이다. 내가 버텨왔기 때문이고, 이 순간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좋은 운이, 선물처럼 내게 올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예전에 조선일보의 조용헌 칼럼니스트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운을 받는 방법은 행동과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운은 지금도 내 곁에 머물고 있고, 앞으로도 내게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다. 나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운이 좋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