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
나는 수백 명이 함께 떠나는 크루즈 여행을 경험했다. 길게는 15일, 짧게는 9일 동안 바다 위에서 생활하며 밥을 먹고 사람들과 교류했다. 스태프로 참여했던 덕분에 매뉴얼 작성과 기획에도 관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 크루즈 프로그램은 일본의 한 NPO 단체와 공동으로 운영되었고, 배 역시 일본 민간 여행사의 소유였다. 일본답게 매뉴얼은 세심하고 구체적이었다. 특히 안전 문제에서는 타협이 없었다. 모든 승객이 탑승하자마자 첫 번째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구조 훈련이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으로 익히고 반복했다. 안전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의 중심이었다.
이런 경험이 떠오른 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는 대형 사고들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로 많은 청년들이 희생되었고, 어제는 비행기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속도를 뒷받침할 안전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될까. 성장과 효율성에 집착하면서 사람과 생명을 우선시하지 않은 결과는 아닐까.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더 자주 운행하고, 더 싸게 고치려는 압박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사람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이번 비행기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디테일한 매뉴얼과 철저한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만 비로소 우리가 안정된 성숙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