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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항아리를 품는 법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by 쏭저르

영화 <달마야 놀자>는 조폭들이 한 사찰에 숨어들며 시작된다. 잠시 머물다 떠날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님들과 묘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영화의 중심은 웃음이지만, 어떤 장면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마지막 게임이 그랬다.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는 과제. 조폭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물을 채우려 하지만, 항아리는 계속 물을 흘려보낸다. 결국 그들은 항아리를 연못에 던져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과제를 완수한다. 그제야 물은 항아리 속을 채웠고, 그들은 절에 더 머물 기회를 얻는다.


그때 큰스님이 말했다. “나도 너희들을 그냥 깨진 항아리처럼 품었을 뿐이다.” 그 대사가 오래 남았다. 흠이 많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문득 생각하게 됐다.


사찰에 갈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른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마치 모든 결점을 다 받아주는 공간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런 품이 내게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깨진 항아리처럼 흠 많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품는 일. 그것은 남이 아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못 속 깊은 곳도 나고, 깨진 항아리도 나다. 그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이 내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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