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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신 와인,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법

1865 와인에 담긴 기억과 감사의 마음을 새기는 명절 이야기

by 쏭저르

처음 와인을 마셔본 건 첫 직장에서 명절 선물로 받은 1865 와인이었다. 칠레산 와인으로, 이 회사의 설립연도인 1865년을 기념한 제품이라고 한다. 또 골프 18홀을 65타에 마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미니 골프백 에디션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엔 그런 배경을 잘 몰랐지만, 입문용 와인으로 꽤 괜찮았다는 기억 덕에 주류 매장에서 이 와인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종종 사기도 하고, 집들이나 선물용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서 명절 선물로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받았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선물이라 더욱 기분 좋았다. 22살에 일을 시작했던 내가 어느덧 이 와인을 다시 선물로 받는 시점까지 오다니, 묘한 감회가 들었다. 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의 맛이 여전히 훌륭한 것처럼, 사회 초년생 때 느꼈던 설렘과 감사한 마음도 여전히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선물과 관련한 언론 칼럼에서 한 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선물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학창 시절 은사님께서 그의 성공 스토리를 접하고 감동을 받아 선물을 보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그제야 그는 선물이 잘 보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번 명절에는 나도 감사했던 사람들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와인을 보내며 마음을 전해볼 계획이다. 와인 한 병에 담긴 감사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기억으로 남고 싶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그 와인을 나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와인을 마시며 처음 가졌던 초심과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듯, 새해의 시작도 늘 그런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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