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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가 8세 학생을 살해한 사건을 보며 떠오른 30년 전 기억

by 쏭저르

초등학교 시절, 친척집에서 추적 60분이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그날 다뤄진 범죄는 끔찍했다. 범인은 아이들을 건물 옥상으로 유인한 뒤 혀를 자르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당시에는 CCTV도 부족했고, 범죄자를 찾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래서 방송이 직접 사건을 다루며 범인의 단서를 공개하고 제보를 받곤 했다.


그날 방송을 보고 난 밤, 나는 무서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두운 방에서 자꾸만 재연 장면이 떠올랐다. 옥상, 아이, 범인, 그리고 화면에 흐르던 긴박한 내레이션까지.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고, 머릿속에는 “나도 저런 일을 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서야 아침이 밝아올 무렵 겨우 눈을 붙였다. 그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가 8세 학생을 살해한 사건을 접하면서, 30년 전 그날의 공포가 다시 떠올랐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하며 범죄자를 잡아내는 시스템도 정교해졌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끔찍한 일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예전처럼 얼굴을 공개하며 범인을 쫓는 방송이 줄어들었을 뿐,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는 변함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감이 커진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고 하지만, 매일같이 들려오는 사건들은 그 말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더 나아지고 있는 걸까? 사회가 변해도 범죄는 여전하고, 과거 그 친척집 TV 화면 속 범죄자는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을 맴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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