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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하나 건네는 마음으로

어색한 내 목소리와 마주하며 지나간 하루를 곱씹다

by 쏭저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부담스러운 마음이었지만 질문지를 받고 나니 성실하게 답변을 준비하게 됐다. 내용을 미리 담당자에게 보내고 마침내 방송국으로 향했다.


이제는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하다. 녹음을 시작하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며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천천히 꺼내본다. 그런데 진동을 끄지 못한 핸드폰에서 소리가 들어가 버려 다시 녹음을 시작했다. 준비한 다섯 개의 질문을 모두 마친 뒤 음성을 다시 들어보고 방송 시간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담당자에게 신청곡을 틀 수 있을지 물어본다. 담당자는 내가 말한 곡을 받아 적고 방송 일정을 알려준다. 자리를 정리하고 약속된 점심 장소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부터 치열한 회의를 치른 탓에 몸이 무겁다. 점심을 거르고 방송을 들어보기로 한다. 스피커가 있는 공간을 찾아 걷는다. 방송이 시작되고 내가 신청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 순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어색한 내 목소리를 들으며 모니터링한다. 의도한 이야기들이 잘 담겼는지 확인하고 말의 흐름을 되짚어본다. 잘 들리지 않는 스피커를 탓해보기도 하며 조금 더 집중한다.


바쁘고 여전히 어려운 일상이지만 나는 이렇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시도하고 작은 결과를 하나씩 만들어간다. 내가 잘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주저하지 않고 시작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신청곡 하나 건네보는 것. 결과가 어떻든 흘려보내는 것. 그게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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