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 없는 인생을 위한 작은 연습
최근 도서관에서 소설책 두 권을 빌렸다. 하나는 오래전 이동진 기자의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소개됐던 책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원래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었다.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인 것에 더 마음이 끌려서, 신문이나 시사 주간지를 보거나 뉴스를 챙겨보는 일이 익숙했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 뉴스에도 마음이 잘 가지 않는다. 내가 더 많이 안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훨씬 큰 환경의 변화는 내가 이해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출근길과 퇴근길에 소설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기며 걷다 보면 길이 힘들다는 생각도 덜 들고, 내 감정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에 빠지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껴보고, 또 내 감정을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도서관 초청 강연회에서 만난 김영하 작가는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설명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통해 그것을 미리 느끼고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요즘 나는 그렇게 책을 읽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써보며 감정을 흘려보내고 있다.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 내가 읽고 느끼고 적고 흘려보내며 스스로 정의해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어플을 이용해 밑줄을 그어둔다.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읽으면 그날의 감정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는 괜찮은 선택이고, 잘하고 있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