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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Sep 24. 2023

차키와 심신안정의 상관관계

[100일 100 글]96일, 아흔여섯 번째 썰 

내 인생은 운전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운전을 하며 독립심과 자립심을 배울 수 있었다. 인내를 모르던 내가 조금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양보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수동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매주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니 능동적으로 변했다.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자신감도 조금 올라갔다. 많이 밝아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조금 과장처럼 들릴 수 있으나 완전히 틀린 정의는 아니다. 그 정도로 운전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그런 걸까.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때 차키를 쥐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써놓고도 몹시 유난스럽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나갈 일이 없는 평일에도 들고나간다. 휴대폰, 지갑, 화장품 파우치에 이어 출근길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앞서 말했듯이 내 생활은 운전으로 인해 크게 바뀌었다. 아마 예상컨대 차키가 나에게 부적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심적으로 몰릴 때 차키를 보며 ‘그래, 조금만 버티면 주말에 나갈 수 있어.’와 같은 생각을 하면 기분이 괜찮아진다. 스스로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처럼 느껴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언감생심, 내가 운전을 하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 또 괜히 뿌듯해진다. 잘 때도 머리맡 옆에 두고 잔다. 왠지 나쁜 꿈을 안 꾸게 도와줄 것 같다. 


운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흔하고 별거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길바닥에서 주운 5만 원짜리로 가득한 봉투처럼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 말이다. 그래서 그 흔적을 잃고 싶지 않아 차키를 들고 다니는 것이리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는 하다. 내가 봐도 딱히 정상처럼 느껴지지는 않다. 하지만 누구나 본인만의 행운의 부적은 가지고 있지 않나. 나에게는 그것이 차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효과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졌을 뿐인데 엔도르핀이 확 도는 게 느껴지니 말이다. 이런 가성비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놓쳐서도 안 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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