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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14. 2023

넌 뭘 했을 때 행복해?

[100일 100 글]5일, 다섯 번째 썰

넌 뭘 했을 때 행복해?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입사 초기 시절,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멍청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꽤 높은 직급의 상사가 물어본 질문이어서 어린(?) 마음에 답은 해야겠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몹시 난처했었다.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나를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 역시 친구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난 뭘 할 때 행복할까. 


답이 아주 쉬울 것 같은데 의외로 답이 턱 밑에서 맴도는 질문이다. 혹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난 요즘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지고 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예전부터 귀찮고 번잡한 것을 싫어했던 나는 언쟁하는 것이 불편해 뭘 하던 누군가의 의견에 따르는 편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 조별과제를 하든,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 가든 항상 난 괜찮아 혹은 상관없어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내 의견은 점점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남들에게서도, 스스로에게서도. 그때 당시 나는 이것을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 스스로 나를 지워버리는 행동이었다. 


이걸 하고 싶어, 저걸 하고 싶어라고 아주 쉽게 본인의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순수한 의미로 신기했다. 왜냐면 난 그런 적이 많지 않으니까. 내가 파워 집순이가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딱히 어딜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뭘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멍청했다. 


장담하는데, 세상에 이것만큼 허무한 것이 없다. 이 나이 되도록 뭘 하고 싶은 것이 없다니. 인생을 살아가는데 엔도르핀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섭게 생각해야 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는 내 나이 3n에 사춘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난 나 스스로에게 뭘 할 때 행복한지 묻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아주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가벼운 질문 같지만 마음속에 꽤 깊은 자국을 만든다. 진심으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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