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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15. 2023

내가 점심 값이 없지, 가오가 없나!

[100일 100 글]6일, 여섯 번째 썰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주변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에 적합한 식당이 많이 없다. 워낙 비싼 땅값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애초에 물가 자체가 다른 동네와 차원이 다르다.


그것으로 부족하여 최근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 덕분에 점심 한 끼에 1만 원을 훌쩍 넘긴 지 오래이다. 김밥 한 줄에 라면 한 그릇을 시키면 9천5백 원이 나온다. 배달은 뭐,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도시락도 싸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현재는 점심 배달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렴한 점심 배달 서비스를 즐기던 중 한숨이 나왔다. 예전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팔던 1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이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 먹는 행위가 이렇게 힘든 일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 말이다. 내 월급만 안 오르고 다 오르는 현실이 조금 막막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물가가 오르는 추세이니 점심 값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팍팍함이 느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욱하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직장인에게 점심이란 아가들이 하루에 하나 먹을 수 있는 킨더 초콜릿의 소중함과 견주어 비교해도 전혀 무리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소중한 점심인데, 나한테 그 정도도 못 쓰나! 오후에 일할 에너지를 얻는 신성한 의식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일이지 않냐, 이 말이다.


일주일, 아니 이주에 한번씩은 고생한 나를 위해 근사한 점심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평소 고민하던 비싼 중국냉면도 먹어보고, 김치찌개 집에서는 햄사리 정도는 추가해 보는 것이다. 저녁은 굶을지언정, 그 정도 호사는 누려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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