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양 Jun 18. 2023

생각이 많아요? 성공할 일만 남았네.

[100일 100 글]9일, 아홉 번째 썰

요즘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목 뒤부터 어깨를 지나 견갑골까지 쫙 저려 오는데 이번에는 통증까지 동반했던 탓이다. 웬만하면 참겠는데 근무 중에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심해져서 결국 안마센터를 찾았다. 


몸 상태도 좋지 않고 아주 오랜만에 받는 마사지여서 안마사 선생님은 천천히 진행하시겠다는 말을 남기셨다. 마사지를 진행하는 동안 선생님은 나에게 불편하지는 않은지 계속 살피시며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목적으로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도 나눴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목과 어깨가 왜 이렇게 굳어있냐고 물었다. 난 그냥 생각이 많다고 답했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직원들 간의 불필요한 마찰, 불안한 미래, 스스로에 대한 믿음 부족, 서서히 다가오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시점 등등을 처음 본 분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생각이 많아요? 그럼 성공할 일만 남았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울컥한 감정을 겨우 누르며 그러냐고 되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댕도, 에디슨도,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답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생님의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나의 극도로 농축된 말속에 담긴 무게를 알아차리고 세련되고 담담한 방법으로 나를 위로한 것이다.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러운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다정과 위로.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단순히 연륜의 차이가 아니라 그분이 정말 많이 배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학벌이나 스펙을 이름이 아니다. 그분은 진짜 다정함을 배우신 분이었다. 


혹자는 서비스 직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처음 보는 사이에 그냥 한 말인데 내가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게 사실일 수 있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무시하지 않아 준 덕분에 내가 큰 위로를 받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짧은 순간의 친절함이 한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또한 깨달았다. 


그러니 친절하자. 이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그게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햇빛 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