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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18. 2023

햇빛 샤워

[100일 100 글]10일, 열 번째 썰

가끔 회사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말에 어디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다는 것을 마치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그게 기본값이 아닌가? 주말 이틀 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은 적도 있는데 하루 집에만 있었다는 게 특이한 건가? 


그렇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정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파워 집순이였다.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새벽배송과 와이파이만 있다면 난 어디든 갇혀 있을 수 있다(경험담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딱히 외향적인 성향은 아니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집에서 책이나 TV를 보는 것이 더 마음 편했다. 


학교 다닐 때도 특별한 일만 없다면 수업을 마치자마자 바로 집으로 향하던 나를 동기들은 무척 신기해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꼬박꼬박(?) 집에 가는 거냐며 물었다. 딱히 하는 것은 없지만 그냥 집이 더 편했다. 


그런데 불과 5 개월 전부터 사태가 전환되었다. 딱 내가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는데 이제는 주말에 나가지 않으면 답답하다. 억지로 걸어서 나가기라도 해야 속이 쑥 내려간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바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금은 혼자여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들어온다. 한 번 나가기 시작하니 멈출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집에만 있지 못하겠다.  


문득 오늘 아침 서울숲에 다녀오려고 나갔다 느낀 것인데 집에서 느끼는 태양과 길거리에서 느끼는 태양이 다르게 느껴진다. 분명 같은 존재인데 담고 있는 공기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이게 바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햇빛을 직접 봐야 하는 이유인가 싶었다. 에세이를 쓰기 위해 몇몇 기사들을 찾아봤는데 햇빛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들이 상당히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울증에 효과가 크다는 내용. 1년 365일 내내 그냥 떠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효과가 있다고? 산책만 해도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영 틀린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밖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묘하게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처음에는 운전을 배워서라고 생각했는데 떠올려보면 운전을 배우고 난 뒤 초반에 돌아다닌 곳들이 다 자연과 관련된 곳이었다. 화담숲, 아침고요수목원, 을왕리 해수욕장 등등 햇빛 아래서 2,3시간 동안 걸어 다녀야 하는 곳들이었다. 운전을 해서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햇빛을 많이 받아서라면? 어쩐지 내가 읽었던 기사들의 예시가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집순이 집돌이들이여. 오래도 필요 없고 딱 10분만 밖에 나가서 햇빛을 보고 오는 것은 어떨까. 나처럼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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