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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19. 2023

다들 어떻게 웃으세요?

[100일 100 글]11일, 열한 번째 썰 

“너 또 왜 삐졌어?”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날아온 엄마의 질문. 맛있는 밥을 먹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한껏 기분이 좋았던 나는 몹시 의아해 왜 그러는지 되물었다. 엄마는 내 표정이 마치 삐친 사람처럼 몹시 뚱해있다고 했다. 세상 산뜻한 기분이었던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지금 몹시 기분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저 말을 들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종종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그렇지 않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만 했다. 가족들이 수시로 내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불편했던 탓에 억지로 텐션을 올린 적도 많다. 


그러다 어제 생각지도 못하게 사태를 직면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쓸 때는 아니지만 나는 평소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쓸 때 휴대폰의 기본 카메라로 날 촬영한다. 일종의 딴짓 방지용. 보통 글을 업로드하고 나면 영상을 삭제시키는데 어제는 어쩌다 그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난 기함을 했다. 


세상에 저 못난이는 누군가 싶었다. 눈도 흐리멍덩하고 입꼬리는 축 처져 있었다. 거울로 봤던 내 무표정이 이랬던가. 남들이 보는 나의 진짜 모습이 저거면 몹시 곤란한데. 평소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들이 보는 내 모습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과거를 후회했다. 이건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왜 삐져있냐는 엄마의 물음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다급히 거울을 끌고 와 그 앞에 앉아 입꼬리를 슬쩍 올려본 나는 바닥을 굴러다녔다. 내 썩은 미소를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다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남들은 예쁘게 잘만 웃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아니, 적어도 무표정일 때 울상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무의식 중에 얼굴에 나타나는 듯 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좌절스러운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낸 나는 어제부터 무의식 중에 입꼬리를 올리려 애를 쓰고 있다. 예뻐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음울해 보이지는 말자 싶은 최소한의 노력이라고나 할까.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습관적으로 미소 짓는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매품 : 운전하실 때 휴대폰을 고정시키신 후 운전하는 본인의 모습을 촬영해 보세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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