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양 Jun 20. 2023

새벽 2시에도 나름 바쁩니다

[100일 100 글]12일, 열두 번째 썰 

내 취침시간은 새벽 2시이다. 원래 취침 시간이 이른 편은 아니었지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는 새벽 2시에 고정되어 버렸다. 6시에 퇴근하고(물론 칼퇴는 아니다)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있다. 그냥 그대로 잠들면 되는데 어쩐지 그냥 잠들기 아까워 버티다 보니 취침 시간이 한참 늦어졌다. 


그래서 그럴까. 12시부터 2시까지의 나는 몹시 분주하다. 출근 시간에 썼던 스킨 패드와 면봉들을 버려야 하고 퇴근 후에 대충 벗어둔 옷을 정갈히 정리해 옷장에 넣어둔다. 방안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깨끗한 청소포를 씌운 밀대로 쓸어 담아 버린다. 며칠 동안 묵혀둔 책상 위의 플라스틱들을 물로 헹군 뒤 분리수거를 위해 따로 챙겨둬야 하며 집에서 썼던 컵들을 나중에 씻기 위해 따로 챙겨둔다. 


새벽에 움직이는 것이니 잠들어 있을 가족들은 물론 층간소음이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해서 조금 답답하지만 하나하나 더 집중해서 치우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퇴근하면 누워있기 바쁜데 왜 새벽 시간에 유독 바쁜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 것 같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소음에 시달렸던 감각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대가 바로 그 새벽 시간이다.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뭔가 진정한 나만의 시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차분해진 감각으로 방을 정리하고 하루를 돌아보면 진정으로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루틴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려 민망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중요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나의 새벽 2시는 바쁘지만 몹시 소중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생각이 드신다고요? 걷고 뛰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