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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11. 2023

잡생각이 드신다고요? 걷고 뛰세요!

[100일 100 글]3일, 세 번째 썰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유산소 운동을 싫어했다. 초중고 체력장을 할 때마다 제일 싫었던 종목은 바로 오래 달리기.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체력장은 항상 더운 날 진행을 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더운 걸 싫어하는데 뙤약볕 아래 달궈질 대로 달궈진 운동장을 뛰라고? 그것도 10바퀴씩이나? 그 어린 나이에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20대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참가해 보는 마라톤 역시 해본 적이 없다. 호흡이 터지지 않아 가슴이 아플 때까지 뛰는 행동을 대체 왜 하는 거지? 나름 운동을 해보겠다고 헬스클럽을 등록해도 언제나 작심삼일. 이 구역 헬스클럽 기부왕이 바로 나였다. 엄마가 나를 붙잡고 나가서 걷자고 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는 둥, 그럴 기분이 아니라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내가 30대가 되었다. 전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나의 HP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힘이 없어 누워있기 일쑤. 귀찮은 건 둘째치고 일단 살아 있어야 뒹굴 거릴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운동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무작정 집 근처 헬스클럽을 찾아가 회원등록을 했다. 목적자체가 생존 운동이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방문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을 하다 짧게 끝내자 싶어 인터벌을 선택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초심자 주제에 참 대단하다 싶다). 5분 워밍업. 2분 강하게 뛰고 3분 빠르게 걷기 4세트. 5분 쿨다운까지 총 30분이 나의 운동 루틴이다. 될까 싶었는데 역시 사람이 마음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안 되는 건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하지? 


정신없이 올라가는 호흡과 살갗을 두들기는 심박에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건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른다. 휴대폰에 예능을 틀어두고 운동을 하지만 솔직히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머리에 안 들어올 때가 더 많다. 무아지경의 상태. 딱 이 상태가 된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그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던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동을 하라는 소리가 이거였구나. 그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힘들다, 귀찮다는 핑계를 대고 운동을 소홀히 했던 내가 몹시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미리 알면 참 좋을 텐데 왜 항상 겪어본 뒤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이제는 신경이 쓰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러닝머신부터 떠오르게 된다. 가서 정신없이 걷고 뛰고 땀을 흠뻑 흘리다 보면 조금 괜찮아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러분. 

잡생각이 들면 운동화를 신고 나가세요! 

그러다 보면 곧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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