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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27. 2023

여름루틴

[100일 100 글]18일, 열여덟 번째 썰

나는 더위에 몹시 약하다. 습기를 머금어 무겁고 텁텁한 공기에 특히 취약하다. 숨을 쉬는 것이 힘들고 잘 체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특히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눈이 세모꼴로 변해버린다. 그런 내가 장마를 맞이했다. 비는 좋아하지만 습한 공기와 맞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최악의 시즌이다. 


이런 날에 나는 모든 것을 조심한다. 사람과 부딪히는 것도 최대한 피하려 노력한다. 나 스스로가 좀비 바이러스 보균자이고 손끝만 스쳐도 세계는 멸망이라는 마음으로 돌아다닌다. 내 인생에 찬물샤워는 없지만 이 시즌만큼은 예외다. 열을 내리기 위해 도 닦는 무림인처럼 기꺼이 찬물 아래도 들어간다.


먹는 것도 특히 조심한다. 과거 장마 시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급하게 마셨다가 크게 체한 적이 있어 유독 조심한다(물론 안 마시는 건 아니다. 안 마시면 더 위험해진다). 뭘 먹든 꼭꼭 씹어서 먹고 옷도 최대한 편하게 입는다. 과식하지 않고 인스턴트는 최대한 먹지 않는다. 


여름의 나는 세상 부지런하다. 워낙 예민해지니 스스로의 안정을 위해 나서서 선풍기의 날개를 닦고 에어컨의 필터를 청소한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나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니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올해는 유독 많은 비가 예상되어 걱정이 많이 된다. 하지만 나만의 여름루틴으로 잘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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