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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26. 2023

차가운 맥주와 와사비 땅콩

[100일 100 글]17일, 열일곱 번째 썰

오늘은 일요일. 그리고 내일은 출근이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월요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할머니 댁에서 올라온 뒤라 조금 피곤하긴 했어도 기분은 괜찮았는데 저녁을 먹은 뒤부터는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딱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해버린 것. 그래도 약간의 기분전환을 마쳤기에 조금만 내 기분을 가다듬으면 나쁘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맥주를 꺼냈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 차가운 맥주. 저녁을 먹은 뒤라 무겁게 먹고 싶지 않아 항상 구비하고 있는 와사비 땅콩을 꺼냈다. 챡 소리를 내며 깔끔하게 열린 맥주캔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깊은 향이 코끝을 찌른다. 만족스러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드디어 맥주를 영접할 시간. 목구멍에서부터 식도를 지나 위까지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탄산에 깊은 숨이 절로 내쉬어 진다. 두어 모금 맥주를 더 들이켠 뒤 매콤 쌉싸름한 와사비 땅콩을 먹으니 더 바랄게 없어졌다. 


예전에는 행복이 뭔가 큰 이벤트처럼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알아차릴 수 없고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것.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 그 자체 아닐까 싶다.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평화롭게. 


물론 내일 출근하는 것은 여전히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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