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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27. 2023

언니야! 내 퇴근시켜도!

[100일 100 글]19일, 열아홉 번째 썰

오늘 부산으로 출장을 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움직였지만 내 인생 최초로 방문하는 부산이었기에 몹시 피곤해도 버틸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의 출장길이어도 10에 3 정도는 이른 휴가를 가는 것처럼 설렌 덕분이다. 오랜만에 타는 KTX도 신났고 친절한 택시 기사님을 만난 것도 즐거웠다. 내가 부산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가 태풍처럼 왔다고 하셨는데 조금 습하고 흐리기만 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거래처 분들이었다. 내가 만난 분들은 모두 여성분들이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버렸다. 동기들끼리는 친구야~라고 부르셨고, 연차가 높은 분에게는 언니야~라고 부르셨다. 다른 분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나에게는(실례되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몹시 귀엽게 느껴졌다. 부산 분들은 원래 이렇게 부르시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가 친한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불과 몇 시간뿐이지만 처음 방문한 낯선 장소에서 먹고, 만나고, 본 것들이 이렇게 다 좋을 수 있나.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 예민한 편인 나는 여행을 하며 겪는 100가지 중 한 가지가 나쁘면 그 한 가지를 오래 간직하는 편이다. 아,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다. 해서 여행을 가기 전 준비단계를 내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 


이번에는 일 때문에 온 것이라 완전 무계획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힐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은 먹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나는 사람들도 큰 역할을 하는구나,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 일정에서 내가 부산을 좋게 생각하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직원 분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언니야! 나 퇴근시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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