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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n 30. 2023

개취 존중

[100일 100 글]21일, 스물한 번째 썰

때는 바야흐로 2017년도, 내가 입사 10개월 차 꼬꼬마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날은 회사 임원께서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자리를 만드셨고 막내이던 나를 포함해 총 7명의 인원이 모였다. 흐릿하지만 제법 맛이 괜찮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기억이 있다. 식사 후에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술을 못 마시는 직원들도 있었고, 다음 날도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차가 1년도 되지 않았고 막내였던 나는 그 자리가 어려워 기계처럼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들 편하게 해주신 덕분에 저녁 끝 무렵에는 조금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최근 본 영화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당시 미녀와 야수 실사판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평소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미녀와 야수였던 나는 개봉 날짜에 맞춰 극장을 찾았고 다시 얻지 못할 감동을 받았더랬다. 나는 다른 분들도 그 감동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소심하게 너무 좋았다고 추천했다. 그리고 그 날의 자리를 만들었던 임원분께서는 말씀하셨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


순간 몹시 당황했지만 짧지만 굵은 사회생활을 한 덕에 겨우 표정관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임원분의 말에 동조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나는 제법 멍청하게 웃었더랬다. 마치 그 상황에서 내가 말실수를 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 멍청하게 웃는 대신 한 마디 정도는 하고 싶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한테는 그 정도예요” 라고. 


나에게 불호인 것이 누군가의 극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자주 간과한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취향도 다양한 법이다. 이런 다름을 대화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불편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닌데 말이다. 


진부하지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 내가 그들의 취향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엄청난 오지랖이다. 내 취향이 소중한 것처럼 타인의 취향도 그들에게는 몹시 소중한 것이다. 부디 유연하게 사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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