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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1. 2023

힘들었다? 특별해질 거다!

[100일 100 글]22일, 스물두 번째 썰

여름은 언제나 나에게 쉽지 않은 계절이지만 올해는 유독 힘겹게 느껴진다. 특히 5월이 엄청났다.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눈치껏 하나씩 찾아오던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솔직히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멘털이 쉴 틈 없이 두들겨 맞는 느낌이었다.


예전 같으면 맥주 한 캔에 털어버릴 텐데 알코올이 들어가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텼던 것 같다. 그냥 내 감정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만 가면 어깨가 참을 수 없이 아파와 진통제까지 먹어야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다 식탁에서 엉엉 울어버렸을 때 나는 내 생각보다 더 지쳐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 주 주말, 바다가 보고 싶었던 나는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


맛있는 게장과 생선구이를 먹었고, 잠진도와 무의도가 선명하게 보이는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밀물이 들어오는 넓은 해수욕장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역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카페에 오래 앉아 있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추가 주문을 하면서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운명인 걸까? 카페에서 내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커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카페에 워낙 사람이 없었고 조용했던 터라 자리가 붙어있던 나에게는 제법 잘 들렸는데, 남자분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계셨다. 블로그와 다른 SNS도 있지만 유독 브런치와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셨다.


아, 브런치. 나도 나름 브런치 작가인데. 몇 년 전 에세이 수업을 들을 때 강사님의 추천으로 1번의 탈락 후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완료되어 있었다. 글을 조금 쓰다 현생에 밀려 몇 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었는데. 이게 기회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다음 주부터 100일 100 글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힘들어서 바다를 찾았는데 거기서 길을 찾게 되다니. 속된 말로 죽으란 법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재미있게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으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치도록 힘들었던 것이 이렇게 특별해지려고 그 난리를 쳤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아, 힘들 때는 앞으로 얼마나 특별해지려고 이러는 걸까 생각하면 되는구나. 고작 바다를 찾았을 뿐인데 그곳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제야 어깨를 내리누르던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분명 많이 좋아졌고,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조금 생겼다. 힘들었지만, 곧 특별해질 것을 아니까 말이다.


*이 자리를 빌려, 그날 그 카페에 계셨던 커플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길을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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