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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2. 2023

달지 않은 초코 브라우니를 찾았다!

[100일 100 글]23일, 스물세 번째 썰

나는 음식취향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막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식가 타입도 아닌 그냥 보통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의 말씀으로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것이라고 주장하셨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저것도 나쁘지 않다 말하니 도통 맞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하지만 빵이나 디저트 취향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묘하게 까다롭다. 예를 들어볼까. 마카롱 안에 들어있는 크림이 묵직하게 쫀득한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꼬끄와 함께 입안에서 가볍고 잘게 부서져야지 꾸덕한 크림에 꼬끄가 들러붙어 있는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잠봉뵈르를 좋아해서 배달이나 빵집에서 종종 시켜 먹는다. 우선 바게트여야 한다. 절대 부드러운 빵 종류는 안 된다. 그렇다고 입술 끝이 아플 정도로 딱딱하면 곤란하다. 잠봉뵈르라고 해놓고 버터와 햄 이외에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햄과 버터만 들어가야 한다. 햄 또한 뻣뻣하고 마른 것은 탈락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얇은 햄이 겹겹이 쌓여 있어야 한다. 버터와의 궁합 역시 잘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케이크 종류로 넘어가 보자. 무스케이크처럼 말캉한 식감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씹는 식감은 있어야 한다. 케이크 스펀지 안에 과일이 들어가 있는 것도, 크림이 너무 헤비 한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아, 무엇보다 크림에 설탕을 들이부은 것처럼 너무 달면 곤란하다. 간혹 치즈케이크 먹었을 때 퍽퍽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남긴다.


스콘과 파운드케이크는 퍽퍽해서 좋아하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크림 도넛은 지나치게 달다. 설탕 프로스팅도 나쁘지 않지만 빵과 섞였을 때 지나치게 달면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다. 크로와상 종류도 좋아하는데 버터 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토핑이 올라가지 않는 오리지널만 찾는다.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는데 이런 취향 덕분에 슬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디저트 한정, 이런 확고한 취향 덕분에 언제나 방문하는 베이커리나 식당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어제의 일이다. 배도 고프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너무 먹고 싶어서 배달 어플을 켰다.


맨날 훑어만 보던 카페 섹션에 처음 보는 가게가 입점되어 한참을 고민하다 커피와 마들렌, 브라우니를 주문했다. 커피는 적당히 고소하되 쓰지 않고 시큼하지 않았다. 합격. 레몬 마들렌은 내 입맛에 조금 퍽퍽했다. 하지만 위에 올라간 프로스팅이 너무 달지 않아서 아슬아슬하게 합격.


그리고 대망의 초코 브라우니. 어머 세상에. 나는 이날 내 인생 브라우니를 찾고야 말았다. 쫀득함과 폭신함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이렇게 환상적인 식감을 주는 브라우니는 처음이었다. 치아가 부드럽게 들어가는데 씹히는 것이 있다! 또 치아 사이사이에 찝찝하게 남아있는 것 없이 부드럽게 쑥 넘어간다. 쫀득해서 본인들끼리 딱 붙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할 수 있지?


무엇보다, 너무 달지 않다. 초코 브라우니니까 단데, 달지 않다. 이게 맞는 설명일까 싶은데, 그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다. 인위적이지 않다고 해야 할까. 초코 본연의 맛을 정말 잘 살렸다. 간혹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 중에 입안이 아릴 정도로 단 것들이 있는데 이 초코 브라우니는 먹어도 입안이 거북하지 않고 깔끔하다.


앞으로 이 가게에 정착해야지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완벽한 초코 브라우니였다. 나와 궁합이 잘 맞는 디저트를 찾았을 뿐인데 이렇게 기쁘다니. 행복이 별거냐 싶을 정도로 마음이 몽실몽실해졌다. 이게 힐링이지 뭐가 힐링일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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