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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2. 2023

내가 너무 x년 같을 때

[100일 100 글]24일, 스물네 번째 썰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뭔가 실수를 하면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상당히 강하게 하는 편인데 이게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을 땐 몹시 힘겨울 때가 많다. 자다 깨서 혼자 머리채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다가 다시 잠들 때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다음 날을 망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나 혼자 힘들면 상관없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아서 더 괴롭다. 정말 어쩔 때는 혼자 나가서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이다. 내 입에서 가족들을 상처 입히는 말이 나올 때는 스스로가 너무 쓰레기 같아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자책을 하는 수순으로 사이클이 움직인다. 솔직히 너무 진이 빠진다. 


그렇게 또 자책하느라 정신없는 마음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난 어느 날. 쉽게 잠들지 못해 휴대폰으로 ‘지나간 일 잊는 방법’, ‘자책하지 않는 법’ 따위를 검색하던 나는 천금 같은 책을 만나게 된다. 


오언 오케인이 쓴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책]


영국 최고의 심리치료사이자 마음 챙김 상담사라고 소개한 저자가 알려주는 나도 모르게 나를 힘들게 하는 10가지 생각 비우기 연습.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선 목차부터 훑어보자. 


1장 이미 지나간 일을 깔끔하게 잊는 법. 

2장 쓸데없는 생각에 마음을 주지 않는 법

3장 과거의 후회에서 벗어나 현재를 사는 법

4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안전하게 이별하는 법

5장 지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관계 정리법

6장 나를 파괴하는 습관과 이별하는 법

7장 내 몫의 책임과 함께 진정한 내 인생을 사는 법

8장 나를 지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

9장 나만의 인생 시나리오를 적는 법

10장 남부럽잖게 현재를 사는 법


이건 읽어야 한다. 새벽 4시의 나는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바로 결제를 해버리는 눈부신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자책으로 구매했고, 멍한 정신상태로 초반의 몇 페이지를 읽었다. 


작가는 시작부터 당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해 고통받고 있는 내가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과거는 과거일 뿐, 그 자체로 나를 정의할 수 없으며 미래를 빼앗기지 말라고 한다. 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구나. 눈물이 찔끔 나왔다.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사곤 했는데 주로 위로를 해주는 책들이 많았다. 나도 너와 똑같으니 함께 힘을 내보자거나 위로를 해주는 책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줘서 보다 후련한 마음을 들게 한다. 꽤 많은 예시들을 들면서 방법을 일러주기에 실제로 상담사에게 치료받는 느낌도 든다. 간혹 외국인이 쓴 책들의 경우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누구에게나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작권 및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아 심도 있게 쓰지 못해 아쉬울 지경이다. 가능하면 책은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하는데, 이 책은 모든 페이지에 하이라이트를 그으며 몹시 집중해서 읽었다. 전자책뿐만 아니라 종이책으로도 구매를 할까 고민 중이다. 


읽는 동안 이렇게 마음을 치는 책을 만난 적이 있었나. 직접적으로 나에게 위안을 주는 책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오래간만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나 신이 날 정도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보다 괜찮아지고, 보다 안정되며, 보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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