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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7. 2023

회사 근처 새로운 식당을 찾았다.

[100일 100 글]28일, 스물여덟 번째 썰 

작년 외근을 다녀오던 중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다행히 나도, 함께 외근을 나온 대리님도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 겪는 사고에 놀란 모양인지 목덜미에서 어깨로 넘어가는 근육이 저려왔다. 워낙 경미한 탓에 병원 가는 것이 껄끄러웠지만 일단 검사라도 받아보라는 주변의 말에 결국 점심시간에 진료가 가능한 근처 한의원을 찾았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 7년째 근무 중이었지만 당시 방문했던 한의원은 나에게 조금 낯선 곳에 위치해 있었다. 통근 시 이용하는 길이 아니었고, 억지로 지나갈만한 길도 아니어서 더 그랬다. 조금은 신기한 기분으로 진료를 보고 시간이 남은 것을 확인한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병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당시 늦가을로 향해가던 때여서 낮에는 햇볕이 제법 따뜻했다. 나는 골목길을 걷다 테라스를 열어놓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이 먹고 싶어 메뉴만 보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호프집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나는 열어놓은 테라스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 식사를 주문하고 분주하게 눈동자만 돌려 구경하니 상당히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다.  


원형의 플라스틱 테이블과 철판 테이블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고,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가 툭툭 놓여있었다. 각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수저통이 시크한 듯 무심하게 놓여있었다. 주방에서 제육볶음 메뉴가 들어왔다는 소리가 밀려 나오는데 한쪽에서는 커다랗고 네모난 철판에 떡볶이를 만들고 계셨다. 아, 여기 분식도 하는구나. 깨달은 동시에 밥과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식당에 앉아있는 손님들, 연신 트레이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직원들과 각각의 소음들. 평소의 점심시간이라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휴대폰에 눈을 박았을 건데 그날은 그러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식당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신기한 게 많았을까. 마치 새로운 곳에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동네로 출퇴근을 한 것이 7년인데 아직도 새롭게 볼 것이 남아 있구나.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짧은 나들이 덕분일까. 권태감마저 느낄 만큼 익숙해진 곳에서 마주한 낯선 장소.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눈물 나는 상황이었지만 제법 산뜻해진 기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끔은 점심시간에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 낯선 곳에서 식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진절머리 나는 회사지만 돌아올 때는 미운 놈 떡 하나 준다는 작은 아량이 생기는 기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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