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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07. 2023

폼롤러 위에 올라간 통나무

[100일 100글]29일, 스물아홉 번째 썰 

숨기지 않겠다. 나는 뻣뻣하다. 어디라고 딱 집기 어려울 정도로 온몸이 굳어있다. 가볍게 예를 들어볼까. 목을 좌우로 움직이면 옆 사람이 돌아볼 정도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요란한 소리와는 달리 아프지도 않고 살아가는데 큰 제약은 없었기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다 스트레스 받느라 몹시 바빴던 5월. 회사에 앉아만 있을 뿐인데 어깨와 목 근육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어깨와 목에서 느껴지던 통증은 이내 뒷머리를 타고 기분 나쁜 두통을 만들어 냈다. 바깥에 공기도 쐬어보고 타이레놀로 진정시켜 보려 했지만 그 순간 일뿐 효과는 미미했다.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하루 예민해져 갔다. 나도 참 미련하지. 그렇게 일주일을 버텼다. 


결국 참지 못하고 끙끙 앓다 찾은 안마센터.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가볍게 짚어보신 선생님은 몸이 왜 이렇게 긴장이 되어 있냐며 놀라셨다. 마사지가 아플까봐 무서워하는 나에게 몸이 못 받아 드릴 거라며 그렇게 못 한다는 말도 하셨다. 


뒷머리를 포함해 상체 쪽을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하시던 선생님은 허리부분을 지나 골반 있는 쪽까지 손을 움직이셨다. 상체 위주로 진행을 요청 드렸던 터라 굳이 하체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 드렸더니 선생님은 고개를 흔드셨다. 


“어깨랑 목이 너무 굳어있으니까 허리도 안 좋아요. 허리가 안 좋으니까 골반도 안 좋고, 그게 타고 내려가서 다리도 심하게 굳어있어요.”


선생님은 한 시간 동안 황송할 정도로 열심히 처참한 내 몸을 풀어주셨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틈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꼭 해주라고 당부했다. 사람의 모든 근육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깨에서 느껴지는 작은 통증을 무시하면 결국 큰 병으로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미한 열감이 느껴지던 몸은 노골노골하게 풀어져 있었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이 마치 연체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불쾌하게 느껴지던 두통이 사라져 있었다. 뭔가 호흡을 처음해보는 것처럼 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저 몸의 근육을 풀어줬을 뿐인데 이렇게 가뿐할 수가 있나 싶었다. 그날로 나는 방 한구석에 방치해둔 폼롤러와 요가매트를 꺼냈다. 어설프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돌아다니는 영상를 보며 동작들을 따라했다. 눈으로 봤을 땐 쉬워보이던 동작에 거친 호흡을 뱉으며 힘겹게 스트체칭을 했다. 할 땐 아프지만 곧장 개운함이 뒤따른다. 


미미한 두통이 있는 날에는 이제 약을 먹지 않는다. 대신 폼롤러 위에 올라가 목부터 발목까지 천천히 호흡하며 근육을 풀어준다. 루틴이 생긴 듯한 나의 모습에 취해 열심히 스트레칭 하다보면 어느 순간 괜찮아진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 정말 다 괜찮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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