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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16. 2023

운전 경력 5개월, 마음만은 슈마허입니다.

[100일 100 글]37일, 서른일곱 번째 썰 

2014년도 여름방학 시즌, 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그 뒤로 9년 동안 내가 운전대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장롱면허 소유자. 그게 바로 나였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당시 학생이었기에 통학은 언제나 버스를 이용했다. 빠르고, 편리하고. 무엇보다 버스에서 짧게 가지는 낮잠이 몹시 소중했다. 거주지가 서울이었기에 이동은 주로 지하철이었다. 빠르고, 늦을 일이 없으니까. 서울 밖을 나가 놀러 다니는 일은 거의 없었으므로 운전을 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직장인이 돼서도 마찬가지. 통근길은 언제나 지하철이었고 업무 역시 내근직이었기에 운전이 필요치 않았다. 몹시 드물게 여행을 갈 때도 기차 혹은 버스가 있으니 운전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운전을 하면 생활 반경이 넓어진다고 했지만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당시 많은 분들이 퇴사를 하면서 몇몇 업무가 나에게 재배치되었고, 개중에는 외근직을 겸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회사 차는 영업부 분들과 1대 1로 배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만약 내가 외근을 나가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실려 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회사에 운용할 수 있는 차가 남아있더라도 나는 누군가에게 실려서 움직여야 했다. 이런 민폐가 어디 있나. 


예전부터 누군가에게 빚지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몹시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별거 아닌 걸로 남한테 신세 지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곧장 운전연수를 받았다. 보통 10시간만 연수를 받고 바로 운전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상태로 도로에 나간다면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 취급을 받을 것이 자명했다. 


추가 연수를 몇 차례 더 받고 제대로 운전을 시작한 지금. 조금은 더듬대지만 초보운전자의 길을 성실하게 걷고 있다. 회사에서 운전이나 차에 대한 대화 주제가 나올 때마다 어색하게나마 한발 톡 걸칠 수 있게 되었다. 운전 매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서울 근교 어디가 좋다는 대화에도 낄 수 있다. 


혼자 운전해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직까지는 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또 달라지지만 그전까지는 생각이 조금 많은 편이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저 멀리서 울리는 경적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방금 상황을 복기한다. 


확실히 한참은 더 경험을 해야 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분명 시간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을 더 빨리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도 도로에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하고 싶으니까. 특히 순간적으로 안전에 대한 상황 판단력을 키우고 싶다. 고작 5개월 차 초보운전자이지만,  이렇게 슈마허같은 생각을 한다. 


* 초보 운전자 여러분 화이팅. 모두 안전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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