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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16. 2023

월요병은 치유가 가능할까

[100일 100 글]38일, 서른여덟 번째 썰 

저녁을 먹은 뒤부터 찾아온 무기력증에 소화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침대에 내내 누워있었다. 내일은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다. 직장인이 된 지 벌써 수년 째인데 아직까지도 일요일 저녁만 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제쯤이면 평화롭게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가만히 누워 내일 일정부터 차분히 복기해 볼까. 일단 월요일이니 모닝 스타벅스는 놓칠 수 없다. 이건 재고의 여지가 없는 사항으로 무조건 오트 콜드 브루 그란데 사이즈를 마셔줘야 한다. 조금 달달한 카페인이 들어가야만 녹슨 톱니바퀴 같던 뇌가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평소보다 더 가라앉아 있을 기분도 조금은 올라간다. 


약간은 멍한 정신을 차리고 나면 가볍게 책상정리를 한다. 깨끗한 책상에서 깨끗한 정신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책상을 상당히 지저분하게 쓰는 나로서는 무조건 집어넣어야 하는 일정이다. 금요일 퇴근 직전 치우긴 했지만 대충 했을 것이 자명하므로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월요일 오전에는 간단한 메일 회신만 처리한다. 아무래도 월요일 아침부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은 버겁다. 그런 업무들은 오후에 몰아서 처리해야 집중도 잘되고 더 나은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미 커피도 3잔을 마셨을 테니 정신도 많이 돌아와 있을 것이다. 


정신없이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을 하면 바로 헬스장으로 가야 한다. 월요일을 알차게 잘 보냈다고 생각하려면 운동을 하면 된다. 그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없다. 열심히 걷고 뛰고 그렇게 피로를 풀면 그래도 정신적인 회복이 잘 되는 편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면 침대에 잠시 누워있다 조금은 빠르게 책상 앞에 앉을 것이다. [최강야구] 시작 전에는 어느 정도 글을 써놔야 편하게 시청이 가능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침대 위로 돌아와서 조금 더 뒹굴 거리다 월요일을 마감할 것이다. 


정말 힘든 월요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제일 바쁜 요일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순간부터 저런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다. 일요일인 지금은 몹시 암담한데, 사실상 월요일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약간 최면효과를 노린 것처럼 정신이 그렇게 움직이라고 지시한 게 아닐까 싶다. 


월요병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여전히 그렇고, 슬프게도 계속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힘을 주며 더욱 바쁘게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 극복하지는 못해도 무던히는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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