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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22. 2023

광고성 전화도 친절하게 받습니다

[100일 100 글]43일, 마흔세 번째 썰 

회사 점심시간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통 왔다. 


[070-xxxx-xxxx]


순간 무시할까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과거 내가 저장하지 않은 거래처의 전화를 놓친 적이 있어 고민 끝에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넘어오는 낭랑한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저희 xx 텔레콤을 이용해주시는 고객 분들에게 좋은 기회 놓치지 마시라고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러면 그렇지. 내 소중한 점심시간을 이렇게 방해하다니. 하지만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국 그들의 마케팅 정보 수신을 받겠다 동의한 것은 나였으니까. 


“아뇨, 전 괜찮으니 안 알려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화 속 그녀는 잠시 난처한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고객님. 이런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내 알았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앞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상무님은 내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내려놓자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원래 그런 전화도 친절하게 받아?”


상무님은 광고성 전화에 나처럼 하나하나 응대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다시 웃으셨다. 보통이라면 그냥 끊어버리거나 심하면 짜증 또는 화를 내며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많으니까. 뭐라 답할 말이 없어 으레 높으신 분들의 말에 반응하는 부하 직원답게 영혼 없이 웃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그럼 어떻게 ‘전화‘를 받지?


나도 이런 전화가 번거롭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된 보이스피싱도 아니고 그저 뭔가를 판매하려는 광고성 전화일 뿐이었다. 다 좋게 응대할 수는 없지만 안 그래도 팍팍한 사회에서 굳이 화를 내고 욕설을 할 필요까지 있을까? 고작 이 정도가 친절하다고 하니 민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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