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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23. 2023

허리 펴고! 어깨 펴고!

[100일 100 글]44일, 마흔네 번째 썰 

나는 앉아있는 자세가 나쁘다. 라운드 숄더에 허리도 구부정,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치면 고개만 주욱 내밀고 있어서 보기 좋지 않다. 사실 나도 잘 몰랐었는데 친구 결혼식 날 신부인 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며 알았다. 천사 같은 신부 옆에 웬 가오나시가? 서서 걷는 모습이라고 다를 리가. 나와 함께 걸을 때마다 가족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어깨 펴라고 말한다. 가끔은 말로 하지 않고 어깨를 툭툭 치고 간다. 


이미 굳어진 습관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내 모습을 만날 보는 것이 아니기에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고칠 생각도 없긴 했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보기엔 좋아도 당장 내가 불편하니까.


그러다 성공하고 싶다면 원더우먼 자세를 취하라는 글을 봤다. 신체 언어의 힘.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말에 파생하여, 자세와 몸짓, 표정과 신체 습관이 마음가짐을 결정한다는 뜻이었다. 오그라든 무기력한 자세를 지닌 사람보다 팔 다리를 확장시킨 자세를 취한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가 더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그 글에는 이 말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증거도 포함하고 있어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그 글이 유독 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오그라들고 무기력한 자세를 지닌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에 대한 부분 때문이었다. 나는 소심한 편은 아닌데 한번 땅굴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는 편이다. 한번 꽂히는 부분을 괜히 곱씹으며 우울해한다. 그런 심리적인 요인으로 내가 자주 움츠려드는 자세를 취하는 건가 싶었다. 허를 찔린 기분이라 그 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세를 바꾸면 달라진다고? 그렇다면 바꿔야지. 무의식중에 움츠려들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세를 살핀다. 우울해질수록 더 허리와 어깨를 편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평소 걸을 때 바닥을 보고 걷는 편이었는데 시선이 올라가니 보이는 풍경들도 달라졌다. 조그마한 것을 바꿨을 뿐인데 조금 산뜻해진 기분이 신기했다. 역시,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은 진리인 모양이다.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땐 허리와 어깨를 펴자. 당장 모든 것이 괜찮아 지지 않겠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일단 그것만으로 성공이다. 정신차리다 보면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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